8화. 다정함의 전조.

이유 없는 간식은 없다.

by 은기

그날은 모든 것이 과했다.

평소라면 한 알씩 감질나게 주던 고급 간식이 접시에 수북이 쌓였고, 나를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은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애틋했다.

'이건 분명히 뭔가가 있다. 평소의 집사답지 않아!'

엄마는 나를 품에 꼭 안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다.

“룰루야, 괜찮아. 진짜 괜찮아. 엄마가 옆에 있을게.”

인간들은 참 이상하다. 정말 괜찮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정작 '괜찮지 않은 상황'이 닥치면 이 말을 가장 많이 내뱉는다.

나는 엄마의 가슴에 귀를 대고 가만히 심장 소리를 들었다.

평소의 차분한 리듬이 아니었다. 조금 빠르고, 조금 불안한 박자.

엄마는 지금 내일 닥칠 일을 나보다 더 겁내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거실 소파나 캣타워 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겠지만, 오늘만큼은 엄마 옆에 딱 붙어 누워 내 몸의 온기를 전부 나눠주기로 했다.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주 작게, 마치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미안해, 룰루야… 그래도 다 널 위해서 하는 일이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

그 말이 정확히 어떤 시련을 예고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일 내 냥생에 어떤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엄마의 눈동자에 서린 이 떨림은 나를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엄마는 나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고, 이 다정함은 나를 지키기 위한 예방주사 같은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눈을 감고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깊은 진동으로 '그르렁' 소리를 냈다.

내 몸에서 시작된 작은 떨림이 엄마의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길 바랐다.


‘엄마,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잖아. 난 생각보다 강한 고양이라구!’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나보다 엄마를 더 깊은 안식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가올 폭풍을 앞두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다정한 밤을 함께 보냈다.




명언형 문장

“인간의 다정함이 이유 없이 깊어질 때, 고양이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더 큰 온기로 그 불안을 덮어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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