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과 투명한 벽
아침 공기는 심상치 않았다.
엄마는 말을 아꼈고, 나의 아침 식탁은 '투명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냥생 처음 겪는 '무기한 금식령'이라니!
이건 명백한 비상 상황이다.
“룰루야, 조금만 참자. 다 너를 위해서야.”
흥, '참는 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해서, 나는 오늘만 특별히 캐리어라는 '작은 이동식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주기로 했다.
병원의 퀴퀴한 냄새는 여전히 고약했다.
차가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순간, 흰 가운의 인간들이 나타나 또다시 속삭였다.
“금방 끝나요.” 그 말을 끝으로 세상은 갑자기 멀어졌다.
소리는 물속처럼 흐려졌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의 불이 '탁' 하고 꺼져버렸다.
그다음은 기억이 없다. 내 기억 저장 장치에 커다란 빈칸이 생겨버린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여전히 비몽사몽했다.
몸 어딘가가 텅 빈 것처럼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가족들이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정신이 번쩍 든 건 집으로 돌아와 내 전용 '구름 요새(담요)' 속에 안착했을 때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목 주변이 답답했다.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무언가에 막혔다. 아래를 보려 하면, 투명한 '동그란 벽'이 나를 꼼짝 못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은… 공격이다!
언니와 오빠는 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듯 말했다.
“룰루야, 조금만 참자, 응?”
'조금'은 또다시 인간들의 시간이다.
고양이에게 '조금'은 존재 전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은 영원한 기간이다!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버둥거리는 모든 행동은 자존심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가족들은 5분마다 나를 확인했다.
숨은 잘 쉬는지, 눈은 잘 뜨는지, 혹시 이 이상한 '투명 벽' 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나는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이건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고양이의 존엄’을 선언하는 침묵의 외침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저 따뜻한 담요 속에서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가끔 눈만 살짝 떠서 가족들이 곁에 있는지 확인했다.
'응, 거기 있구나. 그럼 됐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토록 기다리던 간식이 나왔다.
아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배달된 한 입. 나는 그제야 확신했다.
'아, 나의 왕국은 여전히 안전하구나.'
며칠 동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했다.
가족들은 나를 억지로 안아 올리지 않았고, 나 역시 무리하게 질주하지 않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걸어보려 애썼다.
동그란 벽에 부딪히고, 의자 다리에 걸리고, 물그릇과 거리 조절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울지 않았다.
고양이는 굴욕을 소리로 표현하지 않는 법이다.
엄마는 결국 바닥에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룰루야, 많이 불편하지… 미안해.” 그 따뜻한 말에 내 마음 어딘가가 조금 느슨해졌다. 나는 넥카라를 한 채 엄마에게 천천히 몸을 기댔다. 지금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 시련이 끝나면 다시 '온전한 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스스로 창가까지 걸어갔다. 따뜻한 햇살이 예전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제야 몸속의 조각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사히 돌아왔고, 여전히 이 집에서 가장 극진한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었다. 사라진 기억의 빈칸은 조금 아쉽지만, 그 자리를 채운 건 가족들의 더 깊어진 따뜻함이었다.
� 명언형 문장
“잃어버린 시간도, 굴욕적인 넥카라도, 사랑 앞에서는 그저 잠시의 에피소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