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위대한 실종 사건
오늘은 작정하고 숨바꼭질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이다.
아침부터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의 발소리를 신호탄 삼아, 나는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디에 숨어야 엄마의 애간장을 적절히 태울 수 있을까?
소파 밑은 너무 뻔하고, 커튼 뒤는 살랑거리는 꼬리 때문에 3초 만에 들통난다.
오늘은 고난도의 ‘심리전’이 가미된 장소가 필요했다. 집안을 천천히 순찰하던 내 눈에 들어온 최적의 후보지는 바로 옷장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니트가 산처럼 쌓여 있고, 엄마의 향기가 밴 셔츠들이 나를 반겨주는 곳. 무엇보다 엄마가 “설마 여기까지?” 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앞발로 문을 밀고 들어가 푹신한 옷감 사이에 몸을 파묻었다.
세상은 단숨에 고요해졌고, 이곳은 낮잠과 은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상의 낙원이 되었다.
잠시 후, 드디어 집 안에 엄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룰루야? 어디 갔어?”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쫑긋 세웠다. 발소리가 거실을 지나 부엌을 훑고, 다시 복도로 멀어졌다. 이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집사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는 미묘한 침묵!
숨바꼭질의 진짜 묘미는 바로 나를 찾는 인간의 발소리를 감상하는 이 순간에 있다.
드디어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혹시 여기 숨었니…?”
옷장 문이 ‘드르륵’ 열리며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숨을 멈춘 채 가만히 있었다. 엄마는 옷들만 대충 훑어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문을 닫았다. 완벽한 성공이다.
나는 속으로 꼬리를 흔들며 조용히 웃었다. 역시 나는 이 구역의 숨바꼭질 마스터다.
시간이 더 흐르자, 엄마의 목소리에 서서히 조급함과 애틋함이 섞이기 시작했다.
“룰루야… 제발 나와줘. 엄마 걱정되잖아.”
그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솜사탕 같던 내 마음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조금 더 이 승리감을 만끽할까? 아니면 이제 그만 자비심을 베풀어 줄까?
숨바꼭질은 찾는 사람이 간절함을 넘어 애원하기 직전에 끝내주는 것이 최고의 예의다. 나는 옷장 틈새로 유유히 빠져나와 방문 앞에서 보란 듯이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유, 깜짝이야! 룰루 거기 있었어?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꼭 안아주는 엄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느긋하게 꼬리로 엄마의 팔을 감싸며 다리에 몸을 비볐다.
좋아, 오늘의 게임은 이쯤에서 끝내주지.
엄마는 나를 안고 소파에 앉아 헝클어진 내 털을 정성껏 쓰다듬어 주었다.
골골송이 절로 터져 나왔다. 숨바꼭질은 끝났지만, 이렇게 다시 ‘발견되는 순간’의 따스함은 언제나 나쁘지 않다.
다음번엔…음… 조금 더 어려운 장소를 골라볼까?
집사, 긴장 늦추지 말라구!
� 명언 한 줄
“고양이가 세상으로부터 숨는 이유는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시 발견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