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차가운 세계
그날 아침은 아주 사소한 틈에서 시작되었다.
언니와 오빠의 등교 준비로 분주했던 현관문이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낯선 바람이 훅 끼쳐 들어왔다. 그 바람 끝에는 집 안에서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바깥의 냄새'가 실려 있었다. 호기심은 고양이의 발걸음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나는 조용히, 마치 가벼운 산책을 나서는 것처럼 현관을 지나 계단으로 발을 내디뎠다. 처음 본 계단은 길고도 흥미로웠다. 나는 신이 나서 꼬리를 세우고 계단을 쏜살같이 오르내렸다.
그러다 어떤 문 앞에서 멈췄다.
우리 집과 똑같이 생긴 문, 비슷한 기척. 당연히 우리 집인 줄 알고 당당하게 울었다.
“야옹!”
하지만 문을 열고 나타난 건 엄마가 아니라 낯선 아저씨였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거친 손길과 체온이 나를 덮쳤다. 당황한 내가 몸을 비틀며 그 품에서 빠져나온 순간, 세상이 갑자기 툭 터지며 무시무시하게 넓어졌다.
그곳은 '밖'이었다.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너무나 거대했다. 자동차들이 내뱉는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웠고, 공기는 차가웠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나보다 수십 배는 컸으며, 그 모든 냄새는 코끝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순간,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길을 잃어버린 걸까?'
방금 전까지 당연하게 내 곁에 있던 엄마의 따뜻한 눈빛, 언니와 오빠의 다정한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혹시 다시는 못 돌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가 꼬리 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 돋게 번졌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자 바깥은 더욱 험악해졌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낯선 생명체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려 작게 만들었다.
탐험이라고 생각했던 호기심은 이미 산산조각 났다.
이곳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거칠고 차가운 세계였다.
나는 울지 않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떨리는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한 문장만 맴돌았다.
‘집에 가고 싶어. 엄마가 있는 우리 집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고픔과 추위가 나를 갉아먹었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날 내 피부에 닿았던 차가운 공기와 무서운 소음들은 지금도 기억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아 있다. 세상은 넓었지만, 나 같은 작은 고양이가 마음 편히 숨 쉴 곳은 오직 그 문 뒤, 우리 집뿐이었다.
� 명언 한 줄
“호기심의 끝에서 고양이가 깨닫는 것은, 세상의 넓음이 아니라 내 집의 소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