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이름이 들려온 순간.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부름

by 은기

나는 차가운 어둠 속에 웅크린 채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몸을 최대한 작게 말아 그림자 속에 나를 숨겼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거대했고, 그 속의 나는 먼지만큼이나 작고 무력했다.

그때, 저 멀리 밤공기를 가르고 익숙한 파동이 전해졌다.

“룰루야… 룰루야 어디 있니…”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귀를 바짝 세우고 온 신경을 소리에 집중했다.

분명 엄마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혹시 내가 너무 간절한 나머지 환청을 듣는 건 아닐까?

만약 “야옹” 하고 대답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뒤에 찾아올 절망이 두려워 나는 입을 떼지 못했다.

잠시 후 소리가 잦아들자, 세상은 아까보다 훨씬 더 시리고 무서운 침묵에 잠겼다.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낯선 냄새와 소리가 다시 나를 둘러쌌다.

그렇게 한참을 떨고 있을 때였다.


“룰루야!”

이번에는 분명했다. 훨씬 가깝고, 심장을 울릴 만큼 또렷한 엄마의 외침이었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나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느라 엉망이 된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을 꽉 채우고 있던 공포의 둑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엄마한테 달려갔다.

“야아아옹! 야옹!” (엄마, 나 여기 있어요! 나 무서웠어요!)

엄마 품에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을 때, 콧등이 찡해지며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고양이인 나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엄마는 흙먼지투성이가 된 나를 꼭 껴안고 바들바들 떨며 주문처럼 반복했다.

“괜찮아, 괜찮아 룰루야… 이제 집으로 가자.”


집으로 돌아오자 현관문이 열리기도 전에 온 가족의 울음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언니와 오빠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튀어 나와 나를 번갈아 가며 껴안았다.

내 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상처 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가족들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간절했다.

“룰루야, 집으로 돌아와 정말 다행이다. 우리 룰루 밖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언니의 눈물이 내 정수리 위로 툭 떨어졌다.

온 가족이 나를 둘러싸고 울고 웃는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나는 비로소 차갑게 식었던 몸에 온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낯선 길바닥에서 겪었던 그 날카로운 소음과 냄새들이 가족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서서히 씻겨 내려갔다.


이곳은 나의 왕국, 나의 집, 나의 전부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문이 열릴 때면 예전처럼 달려 나가는 대신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호기심이라는 짧은 즐거움보다, 나를 간절히 불러주는 이름과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백배는 더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름이 불린다는 건, 누군가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다시는 그 이름을 차가운 어둠 속에서 혼자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에게는 목소리만으로 어둠을 걷어내 줄 나의 가족이 있으니까.






� 명언 한 줄

“고양이는 길을 잃을 수 있어도, 나를 부르는 사랑의 주파수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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