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 대립의 '러다이트'를 넘어 '인간 가치'

2026-02-제시어-신문기사 칼럽

by 은기

최근 한 언론 보도는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민낯을 전했다.

기술 발전은 분명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일자리 축소와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 사회 전체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간의 사고 능력을 닮은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면 이러한 충돌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처럼 파괴적 갈등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딛고 인간만의 가치를 재정립할 것인가?


저항은 짧고 진보는 길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발전은 언제나 저항과 갈등을 동반했다.

18~19세기 영국 산업혁명 당시 방직 기계가 도입되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철도·철강·기계·무역 등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대량생산을 도입했을 때도 기존 숙련공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대량생산 체계는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소비를 확대시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었다.


컴퓨터가 보급되던 1970~8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은행 창구 업무가 자동화되고 사무직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동시에 IT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네트워크 관리 등 전혀 새로운 직군이 등장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정보기술 관련 직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경제 전반의 고부가가치 산업 확대로 이어졌다. 기술은 일부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는 '공존의 현실론'

지금의 AI 열풍도 본질은 같다. 다만 AGI는 분석과 판단, 창의성까지 넘본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분석·판단·창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노조가 기술 도입 자체를 저지하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면, 단기적 고용 유지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력을 갉아먹게 된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기술 전환에 뒤처진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소멸은 곧 노동자의 삶의 터전 상실을 의미한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는 말은 경영진의 수사가 아니라, 냉혹한 시장의 생존 원리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만약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 도입을 늦추는 사이 해외 기업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시장 점유율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전환에 뒤처진 기업들이 급속히 쇠퇴한 사례는 이미 충분하다. 기술을 거부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의 방향을 '파괴'에서 '전환'으로

그렇다고 기업의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무책임한 자동화 확대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 초기의 가혹한 노동 환경이 노동법 제정과 노조 운동을 불렀듯, 기술의 이익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필수적이다.

이제 갈등의 에너지는 '일자리 사수'라는 과거형 집착에서 벗어나 '인간 가치의 확장'이라는 미래형 설계로 향해야 한다.

인간은 계산과 반복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공감, 윤리적 판단, 공동체적 책임감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기업은 기술 도입으로 얻은 수익을 직무 전환 교육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재투자해야 하며, 노조 또한 무조건적 투쟁 대신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와 같은 건설적인 참여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가치의 언어로 준비하는 미래

기계가 진보할 때마다 인류는 흔들렸지만, 결국 더 높은 차원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AGI 시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번 혁명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갈등의 언어를 거두고 가치의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인간이기에 책임져야 할 것, 인간만이 부여할 수 있는 의미를 찾는 여정이야말로 AGI 시대를 맞이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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