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말이야, 신데렐라 구두 맹끼로 앞뒤가 딱딱 맞아야 한다."
취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그녀는 꼬부라진 말투로 결혼에 대한 일장 연설 중이었다.
동감한다.
결혼이라는 건, 쉽지가 않다.
마음이 맞는 건 기본이고
경제적 상황도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타이밍도 무시 못한다.
서로가 어느 정도 결혼이란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적당한 푸시도 있으면 좋다. 사람은 대체로 어마어마한 큰 결정 앞에 도피하게 마련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겹쳐지면 결정이 쉬워진다.
내 결혼도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앞뒤가 꼭꼭 맞아도 성사되기 어려운 게 결혼이 아닐까 싶다.
상당히 좋은 비유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유리구두라.
기성 신발은 5mm 단위로 신발이 나온다.
여성 신발은 220 - 260 사이로 기성품이 나오고, 235와 240 두 사이즈를 합하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신발 하나로 사람을 가려내려면, 신데렐라는 성인 여성임에도 210 정도의 아담한 발사이즈였으려나.
혹시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영양실조는 아니었을까?
아니면 유리로 본을 뜬 것처럼 굳은살까지 발에 맞춤으로 만든 유리구두인가? 그래서 기성품과는 다른가? 그럼 좀 아플 것 같기도 한데, 춤까지 췄네.
그녀의 꼬부라진 설교를 귓등으로 흘리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동화가 비유로 사용되기 쉬운 이유는 아마 여백이 많아서 일 것이다.
여기저기 갖다 쓰기 편한 구조를 갖췄다.
적당히 비유하고, 대체로 두루뭉술 생략하고.
내가 생각하는 신데렐라 동화의 가장 큰 여백은 이 부분이다.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그녀는 한번 만나 뜨겁게 춤춘 왕자님과 모든 걸 극복해 낸 사랑을 이뤘다.
오래오래 둘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장수했다.
나도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어려운 결혼 고개를 넘으면 그 후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을 만났다.
머나먼 타국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유형의 '시댁'과 시집살이 중이다.
하아. 난 좀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