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섬

고독의 기쁨

by 하루

"이젠 사막이라곤 없다. 섬들도 없다. 그런데도 그것들이 아쉽다는 느낌은 있다. 세계를 알려면 때로는 딴 데로 고개를 돌리기도 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더 잘 봉사하려면 잠시 그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힘을 얻는 데 필요한 고독은, 정신이 집중되고 용기가 가늠되는 긴 호흡은 어디서 찾아낼 것인가?..."


알베르 까뮈가 젊은 날 쓴 에세이 "여름"의 첫 문장이다.


저녁 약속에 지쳐 돌아온 어느 밤, 잠들기 전 읽게 된 글이 우연치곤 공교롭게 지금 내가 찾고 있는 게 사막이나 섬인 걸 알려주었다. 또한, 힘을 얻는데 필요한 고독을 긴 호흡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음을 함께 깨닫게 해 주었다. 주의력 결핍증을 앓는 사람처럼 좀처럼 한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한 지 한참 되었다. 결핍의 첫 번째 원인은 세월이 가져온 뇌 기능의 퇴화일 수 있겠으나, 그 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24시간 세상과 연결된 휴대폰이다.


까뮈의 사막과 섬은 상징적인 단어일 테지만 실재하는 사막이나 외딴섬에서 한동안 지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휴대폰도 컴퓨터도 없이. 끊임없이 어딘가에 연결된 채로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공장. 플러그를 뽑은 후 공장을 세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뭐 그리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그 일을 하루 해 보기도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수시로 휴대폰을 보려는 욕구와 싸운다. 이건 일종의 집착증, 불안증 같은 병이 아닐까. 병이 더 갚어지기 전에 조금씩 덜 연결되도록 더 오래 혼자이도록 애써 섬과 사막 속으로 들어가 고요하고 투명해 지기를. 고요하고 투명한 정신으로 생각의 깊은 우물 속으로 주저함 없이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지금부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벚나무와 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