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사람 Aug 09. 2020

30대가 되면 더 잘나가는 여자

뮤지컬 〈레베카〉를 재미있게 봤다. 대프니 듀모리에의 원작소설을 영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화했고 그 후 오스트리아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이 열연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영국귀족과 고아이자 가난한 미국출신의 비서가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고, 남편의 저택 맨덜리에 정착하면서 남편을 괴롭히는 과거에서 그를 구해내는 내용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마지막 숨 막히는 반전까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을 열연했던 뮤지컬 배우 옥주현씨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노래였다. 90년대 가요계를 장악했던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 당시에도 노래를 잘해서 리드보컬로 활동을 하였지만 예쁘고 귀여운 다른 멤버들을 더 좋아했던 나에겐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후 그룹이 해체되고 요가로 다져진 날씬한 몸매와 과거보다 예뻐진 얼굴로 대중들을 놀라게 하였다. 몇 개의 솔로 곡을 발표하고 뮤지컬배우로 전향을 하여 활발히 활동을 하던 중 제18회 한국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가수에서 뮤지컬배우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무대는 놀라움 자체였다.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도 그렇고 엄청나게 풍부한 성량과 깊이가 느껴지는 연기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완숙미를 가진 30대의 옥주현씨는 멋졌다.    


이렇게 이십대보다 삼십대에 더 잘나가는 여배우들이 있다. <타짜>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농염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혜수씨는 그때 당시 서른여섯이었고,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씨는 서른다섯이었다. <나는 가수다>에서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불러 대중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자우림의 김윤아씨는 서른여덟이었다. 물론 이십대에도 모두 예쁘기로 유명한 배우들이었지만 그때부터 쌓여온 실력과 내공 그리고 꾸준한 자기관리에서 오는 자신감과 여유는 삼십대가 되면서 더 빛을 발휘했다. 현재 사십대에 있는 이 여배우들은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여전히 아름답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외모에 열광하고 여자는 어릴수록 여배우는 젊을수록 좋다는 편견이 팽배해있는 사회에서, 오십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나이든 여자의 완숙미가 아니면 담아낼 수 없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보여주었으면 한다. 왜 헐리우드는 되고 우리나라는 안될까. 왜 남자는 나이들 수록 중후한 멋이 있다고 하고 여자는 나이가 들면 끝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나에게도 이십대부터 꾸준히 쌓아온 내공과 자기관리로 서른셋에 승무원의 꿈을 이뤄낸 친구가 있다. 꿈과는 상관이 없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예감할 수 있듯이 순탄하지 않은 이십대를 보냈다. 면접을 보러 다니며 훌쩍 나이가 들어 국내 항공사에는 나이제한으로 더 이상 지원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십대 후반에는 안정적이고 이름 있는 제약회사의 상무 비서로 취직을 해서 3년 가까이 일했고 그 직업에 정착을 한 듯 보였다.  

어느 날 친구가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호주의 한 항공사의 승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알고 보니 회사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꿈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친구는 학창 시절부터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드라마, 일본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도 좋아하게 되었다. 퇴근 후와 주말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꾸준히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열리는 승무원 채용공고를 발견을 했다. 지원 자격에 일본어 가능자라고만 쓰여 있고  외국인은 지원불가라는 내용이 없어서 친구는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고 시험을 보러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친구는 호주의 한 항공사 최초의 한국인 승무원이 되었다.      


이십대때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방황하던 시간이 있었지만 삼십대에 꿈을 이루고 더 잘나가는 여자가 되었다. 일본어가 모국어도 아니고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날씬하지도 않은 내 친구의 무엇이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그것은 누구나 한번만 그녀와 얘기를 나눠보면 알게 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게 된 그녀만의 노하우와 언어를 뛰어넘어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꾸준한 자기관리에서 오는 당당함과 자신감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십대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그녀만의 내공이 삼십대에 빛을 발휘한 것이다. 


The Sky is the limit


항상 친구의 SNS에는“The Sky is the limit”이라는 영어문구가 적혀있었다. 직역을 해보면‘하늘이 한계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하늘에는 끝이 없다. 즉 이 말은 한계는 없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한계는 없다고 믿으며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렸을 친구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인생은 모두 이어져있다. 지금 당장은 어떠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하여도 이십대를 잘 살아내야 삼십대를 더 잘 살 수 있고, 삼십대를 잘 살아내야 사십대에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20대에는 젊음이라는 특권 하나로 충분히 아름답고 많은 것이 이해된다. 하지만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하며 꿈을 꾸지 않는 순간부터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서른은 이제 시작이다. 서른을 지나온 여자는 경험으로 쌓인 내공이 있다. 그 내공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하자. 꾸준히 자기를 돌아보고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를 하고, 타인에게도 마음을 쓸 줄 아는 배려심을 갖자.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경험이 늘면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끊임없이 내면을 가꾸어야 하고 잘 가꾸어진 내면으로 인해 겉으로 뿜어내는 아우라가 진짜 삼십대 여자의 아름다움이며 능력이다. 그 아름다움과 능력을 가지고 꿈 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곧 다가온다. 그때부터 훨훨 날아오르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내 청춘과 열정이 묻어있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