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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rchive Jun 12. 2023

Brand_Diiig 003 : MUJI

비어있음을 제공하는 무인양품은 브랜드 본질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 제품의 화려한 디자인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뛰어난 기능성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이런 제품들은 사람들의 소유를 자극하고, 가지고 싶어지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브랜드의 본질일까? 끊임없이 뛰어난 기능, 화려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생산한다면 브랜드라면 사람들이 사랑할까?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브랜드의 매력은 이런 부분에 있지 않다.


 디자인도 특별할 것 없고, 특별히 차별적인 행보가 없음에도, 사람들에게 하나의 문화처럼 다가가는 무인양품(이하 MUJI)에서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브랜드의 힘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무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싸지도 않고, 디자인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며, 제품군의 한계 없이 거의 모든 것을 취급하는 브랜드. 상표 없는 질 좋은 상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 무지는 어떻게 사람들을 무지로 향하게 하는가.


 무지의 제품을 보았을 때, 특징적인 점을 두 가지 알 수 있었다. 고객 가치 기반, 디자인이다.


고객 가치 기반



 무지는 고객의 삶 속에서 제품의 기능을 찾는다. 2003년부터 무지에서 진행한 옵져베이션(Observation) 프로젝트는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검토를 통해 제품을 기획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고안한다. 이런 모습은 평평하게 펴지는 공책, 흘러내리지 않는 양말, 발의 접촉면을 최대화한 신발 등의 제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고객을 삶 속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은 고객과의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고객을 무지의 팬으로 만드는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디자인



 치장을 최대한 덜어내고 제품 목적성에만 집중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실용성을 강조한 깔끔한 디자인. 이런 디자인의 제품들만 보았을 때, 정체성이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뚜렷한 특징이나 스타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제품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제품의 깔끔한 디자인 또한 무지의 팬을 만드는 매력일 것이다.




무지(MUJI)의 본질

 

하지만 이것만으로 무지라는 브랜드를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무지호텔, 무지의 GACHA 셔틀버스와 같은 무지의 지금까지의 행보에는 위 두 가지의 가치 이외에도 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바로 그들의 철학인 ‘비움’이다.   




 무지 제품에 담긴 철학 ‘비움’이라는 단어와 텅 빈 그릇을 통해 무지의 아트디렉터 하라켄야는 무지의 정체성을 정의하였다. ‘비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움’과 ‘없음’에 대해서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어있는 그릇의 쓰임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있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비움’이라는 철학은 일종의 삶의 바라보는 태도이다. 구체적인 자신으로 가득 채운 그릇의 삶이 아닌, 자기다움을 비움으로써 다른 것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비어있는 공간에서 가능성을 가진 태도인 것이다. 무지는 이런 비움의 철학을 기반으로 ‘이것으로 좋다’라는 제품 철학을 다졌다. 이 말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의미하며, 양보를 담고 있다. 하라켄야를 이를 “한발 물러난 이성”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의 자기주장(혹은 욕망)의 억제하는 이성을 의미한다. 이런 제품 철학을 환경을 고려한 제품 소재, 철저한 제조공정, 포장의 간략화와 같은 형태로 표현하였다. 브랜드의 철학이 제품, 디자인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에도 확장하는 것이다. 무지가 이렇게 제품을 만들고, 호텔을 만들고, 버스를 개발하면서 고객들에게 제안하고자 하는 가치는 이런 삶의 태도인 것이다. 단순하게 미니멀하게 사는 것이 아닌, 자기만이 담긴 그릇을 비움으로써 세상에 양보할 수 있고, 빈 공간을 통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삶을 말이다.  






 이런 무지를 분석함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수렴과 발산이다. 현재의 무지의 철학은 무지를 리브랜딩 함으로써 하라켄야가 재정의한 정체성이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는 움직임은 제품의 기능, 디자인, 소재와 같은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일관된 브랜딩은 제품에 트렌디한 디자인이 없어도, 압도적인 기능이 없어도 고객이 느낄 수 있고, 드러난다는 것을 무지를 분석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컨셉이나, 그럴듯한 것이 아닌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자, 모든 분야에 걸쳐 의사결정에 기준이 되는 가치관인 것이다. 이런 가치관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 것이다. 그것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틀이며, 사람들이 브랜드에 빠지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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