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랑하는 가치를 경험으로 느끼게 하는 Le Labo
뛰어난 브랜드는 일관된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은 브랜드를 믿을 수 있게 되고, 브랜드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객을 통해 바이럴이 일어나고, 브랜드의 가치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작은 브랜드가 이 과정을 더 빠르게 겪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집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다. 덜어내는 것이다. 덜고 남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르라보(LE LABO)를 분석하며, 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르라보(LE LABO)는 ‘실험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006년 프랑스 출신 파브리스 페노(Fabrice Penot)와 에디 로시(Eddie Roschi)는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제작하고자 르라보를 설립하였다. 둘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향수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고, 이 가치는 공간, 라벨 향수 제조, 재료등 다양한 부분에서 드러난다.
르라보를 가면 바로 느껴지는 것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다. 갈라진 벽지, 녹슨 간판 오래된 세면대 등 르라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다른 공간과의 차별점을 제공한다. 이런 공간이 르라보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인 와비사비(wabi-sabi)이다.
와비사비는(wabi-sabi)는 단순한 것, 덜 완벽한 것,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와비(侘)라는 말과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의미하는 사비(寂)라는 단어를 합친 일본적 미학적 개념이다. 와비사비라는 의미가 두 단어를 포함하는 단어라기보다는 두 단어가 합쳐져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르라보의 창립자인 파브리스 페노와 에디 로시는 이런 와비사비의 철학을 공간을 통해 표현할 뿐만 아니라, 와비사비에 관한 책을 매장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서 자신들의 가치관을 고객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르라보의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서는 제품은 ‘미완성’이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제품 라벨에 제조 날짜와 장소, 이름,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라벨링을 통해서 단 한 명의 향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 경험에서 르라보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조향사가 자신의 향수를 눈앞에서 제조하고, 나의 말을 담은 라벨을 붙여주는 과정에서 기존의 향수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설명이 예술을 망가뜨린다고 믿는다(We believe that explanation kills art).” 론칭 초기, 파브리스와 에디는 르 라보 매니페스토(20세기 들어 유럽에서 일어난 새로운 문화 예술 운동은 그 정신과 의도를 글로 천명했는데, 르 라보가 이를 답습했다)를 통해서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르라보의 태도를 볼 수 있다. Magazine B와 에디 로시(르라보의 창립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제품의 이름에 부가적인 설명 없이 원료명과 숫자만을 표기한 이유 또한 고객이 그 제품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자신만의 인상과 감상을 가지길 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VOGUE와의 인터뷰에서는 “향수와 인간이 조우하는 찰나, 둘 사이에 향을 제외한 어느 것도 침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 순수한 감정에서 향의 의미가 정립되기 때문이죠.” 와 같은 생각은 전달하기도 했다.
르라보의 창립자 에디 로시와 파브리스 페노는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겪던 향수업계의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신물이 나있었다. 그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만들고 싶었고, 그에 대한 답으로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향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꽤나 많은 것을 덜어냈다.
그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미사여구를 붙이고, 그들의 과정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말을 하는 것. 거짓을 만드는 것.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이를 통해서 진실된 그들을 만들어나갔고, 그런 모습이 르라보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Magazine B와 파브리스 페노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진실된 모습으로 있음으로써 본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한 이익이 거짓을 말함으로써 드는 장기적인 비용보다 크다고 이야기했다.
르라보라는 브랜드를 니치 향수 브랜드라고 정리하곤 한다. 위의 내용을 통해서 니치라는 단어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덜어내는 것. 본질에 집중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잘하는 브랜드가 만들 수 있는 매력은 희소성이라고 생각한다. 덜어냈기에 많이 볼 수 없고, 집중했기에 높이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런 것이 요즘 시대의 럭셔리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르라보라는 브랜드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게 만드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마케팅과 미사여구에 투자하지 않고, 본질에만 집중한 르라보는 와비사비, 장인정신와 같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 집중하였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된 것이 아닐까. 덜어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덜어내는 과정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