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기 만렙이 된 이유
나는 언제부터인가 혼자 노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혼자서도 모든 걸 할 수 있는 상태를
‘혼자 놀기 만렙’이라 부른다.
나는 그 말에 비교적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유년 시절,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은 늘 바쁘셨다.
엄마는 옷가게를 하셨고,
아빠와 새벽마다 종종 사입을 나가셨다.
당시 외동이었던 나는 잠에서 깨 부모님을 찾다 울며
다시 잠들곤 했는데,
그 기억은 여섯 살의 나에게 가장 무서웠던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늘 “미안하다”라고 말하던
부모님의 태도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지금도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른 집 아이들은 저녁에 부모랑 놀았는데,
우리는 늦게 돌아오면 너는 집 앞 놀이터에서
모두가 떠난 뒤 혼자 놀고 있더라. 그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외로워서 혼자 노는 법을 배운 것 같지는 않다.
그랬다면 만렙이 아니라,
아직도 혼자 있음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무서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집에 간 뒤의 놀이터에서
미처 만들지 못한 모래성을 완성하고,
나무를 주워 집을 짓던 시간은 외롭지 않았다.
그곳에는 분명 나만의 세계가 있었다.
비 오는 날, 혼자 집에 가며 웅덩이에 첨벙거리던
유치원 시절도 떠오른다.
나는 깊은 웅덩이를 ‘수영장’이라
이름 붙이고 혼자서 한참을 놀았다.
그 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일곱 살 무렵, 집에 피아노방이 있었다.
불을 끄고 몇 시간씩 혼자 피아노를 치며
나만의 멜로디를 만들던 시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해
수업 시간마다 혼이 나곤 했지만,
가장 좋아하던 시간은 말없이 그림을 그리는 미술 시간이었다.
지금의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여행도 물론 즐겁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만족이 있다.
그날만큼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된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가고 싶은 곳에 가며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세상을 잠시 소유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조용히 확인하는 나와의 대화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고독에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고독을 좋아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물론 나와 같은 결의 사람이 곁에 있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독을 즐길 수 있다면
그 또한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나만의 고독을 먼저 온전히 누리는 편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솔직한 선택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이 혼자만의 행복을 충분히 즐겨보려 한다.
혼자를 견딜 수 있게 되었을 때
관계는 버팀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어떤 관계에서도 온전히 서기 어렵다.
#고독 #혼자 #관계 #행복 #방황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