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 넌 잘하고 있어.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날은 살기 위해 움직였던 하루의 끝자락에서
구름처럼 몰려온다.
아무에게도 말 못 했지만 사실은 너무 지쳐 있었고,
무언가를 결정하고 싸우고 버티는 데 온 정신을 쏟아버린 날들
그럴 때 문득
그냥 다 내려놓고 어디든 떠나버릴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다음 달 카드 값, 공과금, 대출 이자,
끝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어깨에 엎드린다.
이럴 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다 지나갈 거야.
그래도 잘 버텼잖아.
그 정도면 괜찮은 거지.
하지만 막상 그 말들이 마음에 닿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건 지금의 내가 너무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견디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가끔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너무 부족한가?
왜 나는 이렇게 지쳐 있는 걸까?
나는 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
그런 생각을 하고 버티면서 묵묵히 달려가는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문제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너무 많이 혼자서
감당해 왔기 때문에 지친 것뿐이다.
나는 종종 이렇게 믿는다.
삶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우리에게 준다.
지금 이 고통이 버거운 건,
내가 그만큼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다.
그 어떤 판단 없이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
버텨온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수없이 무너지고도 다시 살아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인생의 과정에 있기에
버티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날 앞에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도 버티며 살아가는 나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돼.
나만 나를 믿으면 돼.
너는 존재만으로도 넌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