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며 이별을 받아들였다.
이미 그의 눈빛 속 차가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
나만 마음먹으면 끝나는 사이.
그는 나를 사랑하면서도 힘들어했다.
나는 옆에서 버텼고, 붙잡았다.
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버텼다.
결국 몇 번의 사귐과 이별 끝에,
이번엔 진짜로 나의 마음에서 그를 놓아주었다.
그는 사랑하니까 보내준다고 했다.
모순된 말이었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 같았다.
그의 뒷모습을 더는 붙잡을 용기가 없었다.
이별은 늘 익숙지 않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날은 마지막 이별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아마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났던 탓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떠났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가을 몇 주가 지났을까
그의 빈자리가 한지 위에 먹처럼 서서히 퍼져갔다.
어느 가을보다 공허하고 외로운 계절이었다.
후드티 안으로 스며드는 찬 공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앞에 떨어지는 낙엽 때문이었을까.
아니, 아마도 그가 남긴 빈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겠지.
그를 통해 처음으로 ‘결혼’을 꿈꿨던 30대의 나,
내게 커다란 나무 같았던 그에게
너무 깊이 의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 나무가 사라진 세상에서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었다.
그를 잊기 위해 나는 잘못된 방법들을 택했다.
즉흥적이었고, 휘둘렸다.
도파민을 쫓아 의미 없는 만남과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못 마시던 술을 마셨고,
사람들 틈에서 외로움을 더 크게 느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를 잊는 동안, 나 자신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는 걸.
타인에게 의지할수록
내 안의 공허는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는 나를 가장 사랑하자.
누군가를 챙기는 건 쉬웠지만,
정작 나를 챙기는 일은 가장 어려웠다.
가을바람이 선선함에서 차가움으로 바뀌던 그 무렵,
나는 나를 되찾기 위한 루틴을 만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차가운 공기가 따뜻해지는 아침에 30분 산책을 하고
모닝커피 한 잔을 마셨다.
집에 돌아와 한 페이지의 책을 읽고 출근했다.
퇴근 후엔 1시간 운동,
샤워 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일기를 썼다.
그렇게 하루를 정리했다.
그 시간들은 내 안을 천천히 채워주었다.
누가 옆에 없어도 즐겁고,
나 스스로를 자식처럼 돌보는 기분이었다.
작은 성취감이 하루에 쌓이고,
그날들이 모여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별과 홀로서기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을.
오늘도 홀로 설 수 있는 단단한 30대를 위해
나는 나를 다독인다.
오늘도 너무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