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사랑이었다.
의심만 아니었다면, 분명 사랑이었다.
그는 나를 의심했고, 나는 그 의심을 달래려 애썼다.
일이 바쁘다고, 연락이 늦었다고,
그의 불안은 나를 향한 의심으로 자라났다.
나는 설명하고, 설득하고, 화해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은 닳아갔다.
사랑은 서로를 믿는 일인데
우리는 서로를 증명하려 노력했고
마지막엔 서로의 눈치를 보며 행동했다.
숨소리마저 조심하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끊어질걸 알면서 사랑이라는 단어로 버텼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의심이 사랑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헤어진 직후에는 덤덤했다.
오히려 자유가 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해지더라.
그의 온기, 그가 내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길,
이불을 덮어주던 따뜻한 숨결.
밤마다 내 발이 시리면 자기의 발로 체온을 전해주던 사람.
몇 년 동안 함께한 추억은 이상할 만치 흐릿한데
그의 체온만은 어쩐지 잊히지 않는다.
누가 30대가 되면 더 단단해진다 그랬나
20대 때보다 더 아펐다. 더욱 붙잡았다. 더 미련이 남았다.
후회를 하지 않는 내가 사랑 때문에 후회를 했다.
사랑이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거더라.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나를 자책하고 나를 격려했다.
내가 조금만 덜 바빴더라면,
내가 조금만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그에게 확신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불안은 결국 내가 만든 건 아닐까.
하지만 바뀌지 않을 거란걸
나는 너무 잘 알 안다.
수도 없이 노력하고 수도 없이 헤어졌기에
나는 우리의 결말을 안다.
우리의 관계는 이미 깨진 유리조각 같다.
붙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손이 가지만,
그럴수록 손끝이 다치는 그런 관계
나는 그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너무 아픈 사랑이어서
좋았던 만큼 힘든 시간이어서
다시 시작해도 같은 이유로 끝날 걸 깨달았다.
사랑에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 마음속에 너무 가득 들어왔나 보다.
활짝 문을 열어놓지도 않았는데 그는 언제
이렇게 가득 차게 들어왔을까..
이젠 나를 지켜야기에 그와의 반복된 이별을 끝내는 중이다.
지금은 이별을 맞닥뜨린 우리에게 그저 견디는 계절이다.
추운 가을을 지나, 겨울을 보내는 견디는 시간들
그래도 나는 믿는다.
겨울 끝에는 봄이 오고,
6월쯤이면 “summer is fall in love” 같은 날이 펼쳐질 거라고.
그때는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사랑이 오지 않을까
내 부족함을 따뜻하게 채워주면서도
내 열정과 꿈을 존중해 주는 사랑.
그런 내편이 있을까?
이젠 사랑 따위 없을 거 같지만
누가 그랬는데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 준단다.
그동안은 내가 나의 편이 되어
나의 미래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추운 겨울을 버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