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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Feb 14. 2023

너와 나, 모두의 태양

우린 언제나 함께니까


언제나 태양, 바로 너


 항해하다 보면 대서양에서나 인도양에서나 어디서나 해를 봐도 거기서 거기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단지 육지에서 보냐 바다에서 보냐의 차이일 뿐이다. 날씨가 좋을 때의 풍경, 나쁠 때의 풍경, 그저 육지에서 보았던 것과 동일한 풍경이다. 아 지겨워


 뭐 익숙한 광경이지만.. 가끔 장소를 넘나드는 이색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여기 뜨는 태양이 거기나 저기나 다 똑같은 태양이다. 그러니 여러분께 뜨는 태양은 대서양에 있는 나한테 9시간 뒤에 똑같이 뜨는 셈이다. 여러분을 이미 밝게 비추었던 태양은 9시간을 훌쩍 지나 다시 나에게로 온다. 여러분이 점심시간에 점심 먹으러 가며 봤던 그 태양이 좀 있으면 또 나한테 온다. 이 넓디넓은 대서양에 말이다. 그저 달라진 점 없이 그대로 붉고 찬란하게.


 초등학교 시절 은사님이나, 옛 남자친구나,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친구들이나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화성으로 이주한 게 아닌 이상 한 지구 안에서 똑같은 햇빛을 받으며 태양의 품 아래 같이 여전히 알콩달콩 잘 살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찌 보면 같은 지구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참으로 공유할 점이 많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퇴근을 한다. 해가 뜨겁게 비추면 시원한 걸 찾고, 해가 낮게 뜨는 날에는 날이 추워 옷을 두껍게 껴입는다. 햇빛에 반사되어 비추는 찬란한 옛 성당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침에 커튼을 걷었을 때 창문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삶에 활기를 느낀다.



모두들 잘 지내면 안 되나


 이렇게 똑같은 태양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럼에도 참 많이 싸운다. 한 도토리는 다른 도토리가 뚱뚱하다며 놀리고, 돈이 많다며 시기한다. 어떤 도토리는 도토리들 위에 군림한답시고 나뭇잎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다. 서로 모양새가 다르다고 네가 맞네 내가 맞네 싸운다. 만약 태양신이 있다면 이 도토리들을 보고 혀를 쯧쯧 찰 것이다.


" 니들 생긴 건 다 똑같이 생겨가지고 뭐 하냐?"


뭐 하냐니. 우리 도토리들에겐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데. 저 도토리보단 내가 더 좋은 집에 살아야 하는 게 뭐가 어때서. 도토리들은 화낸다.


어우 지긋지긋하다~

그러지 말고 우리 도토리들 모두 햇빛 아래 모여 맥주나 한 잔 합시다. 제가 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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