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해사 어름 Feb 15. 2023

배울 점을 찾는다

누구에게나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


 선원 분들과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 사람들은 참 다양하게도 살아가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사업에 성공해서 한 달에 2000만 원씩 거머쥐었던 경험을 덤덤하게 얘기하는가 하면, 직접 도박에 빠져보고 빠져나오면서 느낀 것들을 부끄럼 없이 얘기하기도 한다. 나는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도박도 해본 적이 없기에 생생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나한테는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오랜 세월 살아오며 쌓인 그들만의 철학과 지혜는 책으로만 얻은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읽고 듣는 입장에서 둘 다 간접경험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감정과 추억이 담긴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책에서 문자로만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자신의 이야기든 자기 주변의 이야기든 그걸 이야기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에는 보통 특유의 감정이 실려있다. 그리고 썰을 푸는 과정에서 생기는 그런 미묘한 감정의 변화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설명할 수 없는 힘을 실어준다.



나도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여러분이 만약 자신도 그런 뜻깊은 경험 어디 없나 찾고 계시다면 축하드린다. 이미 갖고 있으시다. 날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한테는 내 경험이 아주 일상적이고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여러분이 보기엔 꽤 신선하지 않은가? 아니라면 죄송. 무튼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주인공이란 의미다. 그러니 이런 경험들은 우리 각자가 갖는 점이 되는 것이다.


 비단 경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장점들은 꼭 짚어보지 않더라도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나는 단점인 줄 알았는데 누가 보면 미친 듯이 부러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극심한 직모이므로 곱슬머리를 볼 때마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머리가 각자 흠뻑쇼 관객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사정없이 뻗쳐 나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꼭 곱슬머리인 사람들은 날 보고 부러워한다. 충격이다. 나는 단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장점이란다. 참나.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신선해 보이는 경험도, 무지막지하게 부러워할 만한 장점도 많다.



삼인유필아사


 공자가 말한 옛 덕목 중에 '삼인유필아사'라는 말이 있다. 어우 딱딱해라. 이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 온 거냐?


 어려워 보이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사람 세 명이 모이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끔 가다 보면 배울 점이라는 걸 찾는데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장점이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웬만해서 우리는 각자가 참 배울 점이 많다. 나도 배울 점이 있고 저 사람도 배울 점이 있다. 모두가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핵심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정하는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설리반 선생님의 슈퍼 증조할머니여도 헬렌 켈러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반대로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학생이 그 사람한테서 배우겠다면 그저 그 사람은 그때부터 선생님이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든 누군가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을 항상 진심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주변의 어느 누구도 언제든 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겸허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오늘 내 선생님은 누가 될까? 누가 됐든 수업 듣다 지루하다 싶으면 첫사랑 이야기나 해달라고 해야겠다.



사진 출처 : 피식대학 정광용 선생님

작가의 이전글 너와 나, 모두의 태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