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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Feb 19. 2023

견물생심인 줄 아옵니다만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와.. 뭐지?' 사방이 가둬진, 방구석 연주회. 어둠 속의 물줄기. 불현듯 양쪽 귀를 가득 메운다. 이내 온몸이 되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 가녀린 소리. 피부와 혈관이 서로 맞부딪친다. 튕기듯 감싸고도는 전율. 낭떠러지 앞의 시원한 바람과 푸른 바다. 부서지는 파도. 모든 것이 지금, 내 안에 있다.


 Bowers & Wilkins. 모르겠는데 엄청 유명하답니다. 헐값에 팔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블루투스 헤드셋입니다. 녹색 쿠션에 금 테두리. 정가 100 만원 짜리를 단돈 20 만원에? 왠지 물어보니 쓸 일이 없으시답니다. 오케이, 일단 음질이 중요하니 노래라도 들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뭐 아시다시피.. 노래를 트는 순간 머리가 황홀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군요. 저는 제가 여태 막귀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돈이 전부네요. 제가 가지고 있던 마샬 스피커가 무색해집니다. 나름 그것도 비싸거든요.


 근데 망설여집니다. 저는 알고 있거든요. 사도 잘 쓰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그래도 견물생심이라더니, 싸게 판다니까 또 혹합니다. 집에서 어머니께서 30% 할인 충동구매하는 것은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 제지했거늘. 집에 돌아가면 일단 어머니께 이런 제 어리석은 과오에 대해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안 쓸 걸 알고 있지만, 또 싸게 판다니 어찌하나요? 번뇌가 하나 더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심지어 이미 들어버린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나야, 그걸 왜 굳이 나서서 들어버렸냐.


 쓸모없는 지출은 줄여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가부좌나 틀 예정입니다. 번뇌가 이길까요, 명상이 이길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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