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유령이 스르르 거리를 미끄러져 갔다. 이윽고 어느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장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스크루지는 여기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 사람들도 스크루지가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매우 부유하고 영향력도 막강한 사업가들이었다. 스크루지는 그들에게서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사업적인 측면에서, 어디까지나 사업적인 측면에서였다.
" 잘 지내셨습니까?" 한 사람이 물었다.
" 네, 사장님께서도 잘 지내시지요?"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 간밤에 스크래치 영감이 운명했다는군요."
" 저도 들었습니다. 날씨가 꽤나 춥죠?"
" 크리스마스에 제격인 날씨죠. 스케이트를 안 타시나 보군요, 그렇죠?"
" 네, 안 탑니다. 전 다른 볼일이 있어서 그만 실례해야겠군요. 그럼, 안녕히 가시죠!"
다른 말은 없었다. 그들만의 만남이고 그들만의 대화이고 그들만의 작별이었다.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