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마네킹
" 참!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그 셔츠 좀 잘 살펴봐요. 구멍 하나, 실밥 터진 것 하나 못 찾을 테니. 그 영감이 입었던 옷 중에 가장 좋은 거라우, 아주 비싼 거예요. 설령 내가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벌써 없어졌을 거예요."
" 없어지다니, 무슨 말이야?" 조 영감이 물었다.
" 틀림없이 그 옷을 입고 땅속으로 들어갔을 테니까. 어떤 멍청이가 그 옷을 입혀 놨기에 내가 도로 벗겨 왔죠. 시체 싸는 데 옥양목이면 충분하지, 다른 좋은 게 뭐가 필요하냔 말이우. 죽은 사람에겐 옥양목이 제격이지. 그런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더 추해 보일 것도 아니고."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이은정 옮김) 중에서
이게 그 영감탱이의 최후군.
생전에 누구 한 명 곁에 오지 못하게 쫓아버리더니
죽어선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 주네! 흐흐흐!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이은정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