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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Feb 24. 2023

신나는 금요일, 나만의 불금 만들기

MBTI 중간자의 스킬

  글을 읽으실 때쯤이면 다들 퇴근하셨거나 이제 막 할 생각에 들떠 계시겠지요? 불금과 주말,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신가요? 저는 금요일만 되면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 어떻게 하면 주말을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매 주말에 진심으로 심혈을 기울였으나 여태 안타깝게도 실제로 소문이 난 적은 없습니다. 하하. 사실 굳이 실천까지 안 해도 자유로운 몽상만으로도 주말은 여전히 행복합니다.



 여러분의 MBTI는 무엇인가요? I 와 E 사이를 이리저리 넘나드는 저로서는 항상 해석을 들을 때면 좀 답답했더랬죠. " 그래서 내가 I 라는거야, E 라는거야?" 어떤 면에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혼자 있는 시간으로 에너지를 얻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더욱 주말은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게 나을지,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을지 진퇴양난이었습니다.


 이게 알게 모르게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던 것 같습니다. 어쩔 땐 혼자 있고 싶고, 어쩔 땐 밖에서 놀고 싶으니 변덕스러운 내가 오늘은 대체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판별하는데 도가 트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저를 항상 그날의 기분에 맡겼습니다. 그날의 판사가 땅땅 때려주면 그저 저는 그대로 그날을 즐기는 것입니다.


 이때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불금'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입니다. 마치 금요일에는 밖에 나가 클럽이든 헌팅포차든 사람들과 어울려 광란의 파티를 즐겨야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클럽 같은 시끄러운 분위기의 장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실제로 클럽 한 번도 안 가봄..) 막상 가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가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 있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조금 달리 먹으니 주말이 훨씬 알차더군요. 저한테는 '불금'보다는 '물금'이 맞습니다. 불처럼 정열적으로 화르르 불타오르고 모든 것을 공기로 날려버리는 역동적인 느낌이 아니라, 또르르 흘러가는 물처럼 고요하면서도 청량하고 부드러운 느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여유를 갖고 주말마다 저의 버킷리스트 목록을 하나하나씩 지워나갑니다.

  

 평소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바에 가서 특제 마티니를 한 잔 하는 것과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취미와 관련된 학원을 알아보는 것. 전기장판을 적당히 덥혀놓고 침대 속의 누에고치가 되어 무드등에 의존한 채 책을 읽는 것, 혼자 멍 때리며 별 의미 없는 영화를 보고 오늘은 무슨 글을 쓸지 떠올리는 것. 각자 정말로 상충되지만 저에게는 흐르는 물처럼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그게 저이기 때문이죠.


 혹시나 '불금'이라는 말에, 친구들이 클럽에 갈 건데 올 거냐는 말에 괜히 나가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조급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여러분만의 물금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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