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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Feb 26. 2023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 '좋아하는 것'

넘치는 활력

 어제 한 직장동료와 우연히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가볍게 꺼낸 이야기였지만 그 동료는 그걸로 굉장히 마음이 싱숭생숭해 보였습니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에 열정이 있고, 웹소설을 다양하게 읽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인지라, 자기에게는 엄청 재미있는 웹소설들이 사람들한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아쉬워서 그것을 만화로 연재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요즘 AI 로도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하고 먹고 살만한 일이 아닌 듯하여 여태 마음 한편에 고이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드로잉 세트까지 갖고 다니고 있었던 그는 예전에 그렸었다는 그림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잘 그릴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에너지를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 친구가 만화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활력 넘치는 에너지에 압도되었습니다. 자신 안에 있던 무언가를 이것저것 끄집어내어 신난 표정으로 설명해 주는 모습을 보며 속이 굉장히 뭉클해졌습니다. 일을 할 때는 전혀 모르고 있던 그의 숨겨진 면모가 매력 넘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만화 그리는 것을 주저하던 그 친구의 심란한 표정을 보니 저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브런치 구독자가 늘 기미를 안 보이고, 조회수가 별로 많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가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저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읽고 마음 한편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 친구도 제가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진심으로 설득했습니다. 굳이 인생에 과격한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일단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해보라고요. 일단 행동으로 스타트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저는 믿거든요. 그 친구는 다시금 결연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였고, 저는 결과물이 처음 나오면 맨 먼저 저한테 보여달라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을 옆에 두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취미들. 물질만능주의인 현대사회에서 가끔 너무나도 쉽게 무시받고 내동댕이쳐지지만, 제가 보았을 때 그 가치는 절대 폄하되어선 안될 고귀한 것이라고 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님들, 그리고 브런치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공감하시지요? 어제의 그 일화 덕인지 오늘은 평소보다 하루가 더더욱 즐겁네요.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즐거운 '무의미한' 것들을 마음껏 뽐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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