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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Mar 03. 2021

[극장에서 본 애니메이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유아사 마사아키 -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2018)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작품들은 언제나 자기 색채가 강렬했다. 그의 데뷔작부터 시작해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장반으로 세계일주 그리고 최근에 나온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까지 완벽한 작품과 대중적인 색채를 동시에 지닌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키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도 당당히 대상을 수상 받을 정도로 애니메이션계에서 새로운 시선을 인정받을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명 '새벽'으로 부르는 애니메이션은 인어라는 판타지적인 소재를 활용한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특히나 인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다르게 표현된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이라는 지방에서 전설로만 전해지는 설화를 현대에 와서 풀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인어를 설화 속에 캐릭터로 인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에서는 각기 다른 형태의 인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설화의 일부는 칙칙한 옛날이야기 일뿐 누구도 깊게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유아사 감독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설화라는 전통성을 이용한 작품이다. 일본을 비롯해서 낙후되어가는 시골 사회의 문제를 전설로만 전해지던 인어를 등장시켜서 문제의 부각과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대중 친화적인 재미 그리고 우리가 설화로만 믿어온 것들의 염원을 영화 속에 담아낸다.


하지만 처음부터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에서 인어는 친근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으로 인어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은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다르다. 인어 섬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주하는 밴드 활동 중에 찾아온 '루'라는 꼬마 인어를 만나면서 인어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지워간다. 대신에 사람들과 노래하고 춤을 추고 싶은 '루'라는 인어를 받아들인다. 루와 함께 많은 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타가 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고 마을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왜곡된 존재로 살아왔던 인어들의 편견을 부수고 인간과 인어가 교감할 수 있던 순간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인어들은 인간을 돕고 인간은 인어를 믿는다. 하지만 인어들 또한 역부족인 상황에서 주인공을 인어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루에게서 느꼈던 사소한 질투심과 일련의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해소한다. 그는 움츠렸던 자신의 모습을 벗어던진다. 그렇게 인어들을 위해 부른 노래는 인어들에게 힘이 되었으며 마을을 구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어준다. 


끝내 마을을 구한 영웅이자 인어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게 만들었지만 주인공의 세계는 그곳에서 머물지 않도록 감독은 사건을 추가한다. 이런 감독이 설정한 엔딩으로 그는 인어 '루'와의 작별이 되었지만 주인공 카이에게는 이별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떠나 다시 인어 '루'를 만나기까지의 조금 긴 여정일 뿐이다. 그렇게는 조그마한 마을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 성장할 수 있기를 감독의 기도 같다. 


이러한 인연으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나버리는 애니메이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과연 평범한 서사 위에 그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언제나 보여주는 주인공의 성장과 이별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덧붙여진 환상성을 바탕으로 짜인 세계관. 하지만 내가 이 작품을 훌륭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만의 특징을 애니메이션 속에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성장이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마다 성장이 있을 정도로 그에게 있어 평생의 주제의식 같다. 특히나 성장은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주인공은 각기 다른 성장을 맛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성장 이야기를 두고 너무 똑같은 방식이라서 무엇이 다른 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또한 재미도 반감된다면서 거부한다. 


하지만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성장을 평면적인 구조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주인공들에게 어떻게 품어낼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각자만의 선택을 건네면서 그 의미를 부각한다. 동시에 다양한 각도로 성장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그려낸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은 스크린에서 인물들의 더 많은 입체성을 가지게 한다.  


둘째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측면도 훌륭하다. 그보다 더 필연적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작화이다. 2D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감독은 절대로 사실적인 그림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인물을 뭉개거나 물처럼 흔들리게 그려낸다. 그러나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기괴하고 괴팍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극장에 나와서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 깊은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작화 법이 감독만의 표현방식이자 시그니처라고 생각된다.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반감을 가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보여왔던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의 세대를 넘었다고 본다. 유아사 마사아키는 오히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넘어서 포스트 재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한 축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는 유아사 마사아키가 감독의 넷플릭스와 계약한 TV 애니메이션 '일본 침몰' 아쉬움을 뒤로하고도 그의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작화가 특이하거나 스토리가 두근거려서 기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밤을 짧아 걸어 아가씨야, 마인드 게임, 핑퐁 등의 포스트 애니메이션의 현세대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스스로 지정한 감독의 대담함과 남다른 방식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위치는 여전히 거대하지만 겁먹지 않고 자신만의 21세기의 애니메이션을 구축하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을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기대된다.


점수 : 5.0 / 5.0


P.S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콘 사토시 감독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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