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버지의 이름은 우리에게 항상 어색하게 느껴진다. 보통은 가족의 보살핌을 생각하면 엄마를 떠올린다. 그래서 가족은 엄마로부터 받는 영향력의 절대적인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가족의 관계에서 어색함을 많이 느낀다. 마치 가족의 안보다는 외부로 나아가 위성처럼 빙빙 돌고 있는 형상이 오히려 익숙하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아버지라는 이름에 대한 깊이를 표출하기가 좀 어렵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어색한 존재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고민한다. 언제나 강압적인 카리스마로 아버지의 위상을 보였다. 항상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알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그런 모습의 아버지를 바탕으로 과연 아버지는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한 영화라고 본다. 그만큼 아버지의 의미는 받아들이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는 것을 꺼려한다. 같은 핏줄인 자식조차 그럴 때가 많다. 그런데 나와 다른 혈통을 가진 자식이라면 어떨까? 나는 과연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 대해 고민하고자 과거를 거슬러 생각해본다. 아버지는 항상 카리스마적이었다. 혹은 가정의 지탱하는 외부인의 역할로 규정되었다. 그래서 가족의 재력, 안전, 리더로서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입장을 대변하였다. 그게 대부분의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많이 달라졌다. 외부적인 존재의 위상을 보여주던 아버지는 축소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이어지지 않는 묘한 관계로 속해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정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가정에서 아버지는 그런 존재다. 서로 다른 느낌이 달라진 아버지를 보면서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된 아버지인가. 열심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런 아버지의 변천사나 표현방법이 아니다.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이어졌던 공통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아버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아버지는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사랑과 고찰과 인내를 통해 만들어진다.
어느 홀로 살아가던 남자가 있다.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만들고, 생애 첫 아버지가 되었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를 위해 남자는 모든 것을 바쳤다. 남자는 그렇게 자신의 아이와 성장을 이어간다. 자신이 해내야 하는 도전 과제를 고난을 이겨낸다. 수많은 것이 나를 고달프게 해도 그는 끝내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태어나지 않는다. 대신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성장하는 과정을 끝으로 이어져갔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이런 비슷한 방식으로 아버지를 정의한다. 아이와 아버지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한다.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다른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다 두 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길에서 아버지는 아이를 붙잡는다. 비록 병원 측의 실수로 바뀌어버린 아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사는 생애 동안 나를 첫 아버지로 만들어준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자신에게 첫 아버지라고 불러준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니 아버지로 성장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닌 아버지가 되어가는 이들의 대한 감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황이 혼란스럽고 힘들지도 모른다. 성장할수록 느껴지는 괴리감에 고통스럽다고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겪어가는 그런 거인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것은 어머니와는 다른 존재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아니 우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