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쉘터 by. 제프 니콜스
우리는 매일 아침 뉴스를 확인한다. 유튜브, 네이버, 구글 등의 다양한 매체가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현실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항상 무너지는 경제상황, 불안한 세계정세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혼돈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항상 마음 단단히 먹고살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매번 바뀌는 세상과 불행을 한 몸으로 느끼고, 절망을 토대로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선택을 거부하고 대피하고 싶어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복잡한 정세는 나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골치덩어리 같다. 내가 하고자하는 것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사건은 벌어지면서 나를 붕괴시킨다. 그게 과연 현대사회에서만 일어났을까? 그건 아니다. 어느 시대도 마찬가지로 불안했던 사회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더 많은 모습의 불안을 직면한다. 매번 겪지는 않지만 드러나는 문제는 우리를 절망에 밀어넣는다.
영화 테이크 쉘터도 이런 비슷한 사례를 겪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인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중산층 가정을 이룬 남자가 있다. 중산층으로 살아가지만 쉽지는 않다. 그의 직장은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물론 안정적인 급여와 좋은 보험이 있는 직장이기에 불만은 없다. 하지만 주인공의 딸은 장애를 지녔다.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대출로 얻은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은행에 내야하는 빚과 이자를 감당하고, 딸의 교육을 위해 써야한다. 중산층이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져서 기쁠것만 같지만 썩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주인공의 인생은 남들보다 더 불안정해 보인다. 이런 삶을 실제로 듣는다면 당신은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른다.
그런 가정환경을 지닌 주인공에게서 나의 불안이 겹쳐지는 것이 보였다. 가정은 없지만,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내가 지닌 삶의 운명이 대조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물가와 반비례하여 멈춰버린 나의 급여가 생각난다. 집이 없어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까마득한 이자와 원금의 압박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만약 결혼이라도 한다면 내 인생의 모든것이 포기되어야 하는 현실이 막막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은 다양한 과정을 겪어가며 굴곡진 서사를 만든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굴곡진 그래프는 그리다보면 모든 것은 만족스럽지도 않고, 불안정한 나를 마주보는 것 같다. 그만큼 복잡하게 변해버린 사회에 신물이 올라온다.
다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설정은 더욱 과격하게 사용된다. 그만큼의 거대한 불행이라서 보는 동안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절박한 설정 별개 인생에 매몰된 보편적인 불안정함은 공유된다. 그만큼 무엇하나 정확하지 않은 세상을 보며 고민한다. 영화처럼 그냥 신용카드 빚을 내고 방공호라도 파야할까. 숨는 것은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다고 우리의 불안정한 사회가 멈추지도 않고, 내가 품고 있는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결국 숨는 것은 회피하는 일부일 뿐이다. 불안이라는 사회의 잠식으로부터 잠시 몸을 피할 뿐 변하는 것은 없다.
숨는다고 달라지지 않기에 영화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료보험, 빈부격차, 모기지 사태에 외면했다. 대신 결말의 우리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불행이 밀려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망상이 아니라 실제 재앙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찾아온 재앙을 차라리 믿고싶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방공호에서 살아간다면 그만이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생존을 목표로 한다면 나름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변하지는 않아도 우리가 느낄 사회적 갈등은 적어도 방공호 안에서는 모른척 할 수 있다. 방공호에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세상은 나를 위한 곳은 항상 아니니까. 그래서 모른 척 방공호에 들어가 안전한 인생을 추구하면 사는 것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미심장하고, 중의적인 연출은 다가오는 불안을 가진 현대사회에 악몽이라기보다는 안도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 느낄 나의 감정은 혼란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처한 결말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현실은 거쳐야할 수 많은 여정과 이유가 있다. 그 점을 따져서 계산한다면 영화가 남긴 방공호의 세계는 나름의 메리트가 존재한다. 어째든 방공호에 들어가던, 현실에서 살아가던.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