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버린 인류의 재난

스즈메의 문단속 by. 신카이 마코토

by 소야
스즈메의 문단속.jpg 스즈메의 문단속 (2023)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불길에 휩싸였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였다. 방사능 사고라는 최초의 사례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최악의 재난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체르노빌을 기억해도 변하지 않았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지진사고가 일어났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일어난 재난은 급속도로 번졌다. 여전히 인류가 해결할 수 없을 것 수준의 재난으로 방치되었다. 사고가 일어났지만, 어느 누구도 사고가 지나간 자리의 문을 닫지 못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바로 재난을 배경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다만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재난은 인간이 일으킨 사고였다는 점을 중요시 봐야 한다. 우리는 언제라도 재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사고를 방치한 것은 인간이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듯이 재난이 터져 나온다. 인류는 언제나 자신들이 편한 방향으로만 살아간다.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재난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재난에 휘말린 이들은 슬픈 이별을 맞았다.


물론 스즈메라는 여고생도 이와 비슷한 사고를 겪는다. 그래서인지 재난을 막고자, 희생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다만 본인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다는 점에서 재난을 막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난을 막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하나둘씩 터지려는 재난을 찾아 떠나는 서사는 스즈메에게 크고 작은 인상을 남긴다. 재난은 인간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 같은 점도 느끼게 한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자연에게서 인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단순히 인간이 잘못을 깨닫고 원인을 제거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치적, 경제적 갈등과 차별이 뒤섞여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거시적인 것이라고 쳐도 우리가 늘 보는 뉴스에서 일어난 재난에 대한 생각도 다를 바 없다. 항상 내가 보는 재난은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는 나보다 남의 문제로 치부된다. 지구의 온도, 지진의 문제, 산불의 원흉도 모두 남에 의한 결과이다. 그렇게 남이 해온 것이 전부 문제라고 생각하여 만들어진 최악의 사고들이 끝내 덮쳐와도 인류는 안타까운 감정만 호소하고 끝이다.


끝나버린 문제는 지금 당장 재난을 수습한 것으로 끝이 나버린다. 그렇게 훗날 이 땅을 살아가는 미래의 사람이 부딪혀야 할 문제 중에 하나를 숨겨둔 것밖에 안 된다. 그것은 더욱 쌓여갈수록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이러한 사건의 문제를 보여준다. 후쿠시마 사고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공간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도 살 수 없는 흙을 비닐로 덮은 채 사건을 숨기려고만 한다. 이제 미래의 인류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에서도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에 대한 의미를 강하게 새겼다. 특히 후쿠시마 지역에 재난이 일어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을 가장 큰 분노를 일으키는 자연의 분노를 정점을 그린 점은 압도적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파괴로 인해 자신들의 잃어버린 터전을 인간에게 분노하고자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만큼 인간에게 재난은 자연이 일으킨 비논리적인, 불규칙한 결과로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자연재해는 어디에서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재해가 일어난 원인 중에 가장 큰 점은 인간이 가지고 있다. 항상 인간이 환경을 지킬 수 있었고,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인류는 스스로의 해결책을 알고서도 만들어낸 재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인간으로 태어나 알고 있는 지식은 있다. 하지만 지혜를 통찰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 허다해서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천하여 ‘문’을 막아서야만 한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다. 스즈메와 같이 죽음을 보지 않아도 ‘문’은 닫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일으킨 재난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재난은 인간의 손으로 끝내야 한다. 그러면 더 이상의 희생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마치 일본의 전역을 떠난 스즈메처럼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도 노력해봐야 한다. 그런 인간을 향한 마음으로 선택한 것처럼 우리 인류가 시도하다 보면 재난은 쉽게 우리의 곁에 찾아와 슬픔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먼 후손들이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기를 반복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반복된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반드시 의지와 노력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는 말이다. 그래야만 이 땅을 살고 있는 나의 신과 그리고 살았던 누군가의 선조 그리고 지켜온 자연과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후손을 위해 우리는 돌려드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