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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un 21. 2023

인스타그램의 삶

아메리칸 사이코 by. 메리 해론

아메리칸 사이코 (2000)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 자신의 일상, 풍경, 여행의 기록 등의 이유로 인해 그들의 삶을 디지털로 저장한다. 만약 저장만 한다면 우리가 평소에 작성하는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누군가 나를 본다. 감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멋진 모습 화려한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그렇게 내 평범한 인생에 주목을 받는 순간을 즐긴다. 모든 것이 거짓이고, 각본으로 짜인 삶의 일면이라도 상관없다. 나의 삶은 평범할지라도 주목받는 그 순간은 완벽한 나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는 바로 우리가 주목받는 인스타그램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낸다. 영화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현대적 모순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언 같다. 상류층의 삶, 부러울 것 없는 인생과 재력을 겸비했다. 외모와 몸매관리는 필수이다.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서라도 돋보여야 한다. 오로지 내가 완벽한 주목을 끌어야만 만족할 수 있다. 그것이 오로지 내가 사는 존재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그만큼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남보다 내가 더 잘나야 한다. 화려한 인생은 나의 주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렇기에 남보다 더 튀어야 했다. 그렇기에 항상 살짝 모자란 남을 무시하고 깎아내린다. 나를 더 돋보이기 위한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그것보다 잘 먹히는 방법도 없다. 하지만 나보다 못하다고 믿은 친구가 만약에 나보다 더 좋은 것이 생겨서 주목을 끌게 된다면 나의 자존심에 상처가 가해진다. 예를 들어 모자란 친구의 명함에 박힌 글씨체의 우아한 표현부터, 금박을 입혀서 개성이 드러난다면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왜냐하면 내 것보다 더 좋으면 안 된다. 내게 집중되어야 할 관심이 분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하니까.   

  

이러한 가짜인생에 점차 빠져들면서 삶의 이중성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동시에 나라는 평범한 인간이 누군가로부터 받는 주목을 위해 가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렇게 더욱 가식적으로서 남들의 시선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만약 나의 주목도를 누군가 가로챈다? 내가 느끼는 질투심은 분노와 살인욕구마저 불러일으킨다. 왜냐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완벽을 나눠가지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 느껴지니까. 그래서 나보다 잘난 인생도 아닌 것 같은데 괜한 질투감과 묘한 짜증이 뒤섞인다. 결국 빠져드는 불쾌함은 나를 살인이라는 욕망으로 몰아붙인다. 망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세계에 나를 밀어붙이고, 끝내 인격적으로 무너뜨린다.  

  

모든 인간이 진실된 존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누구나 그럴듯한 가면을 쓰며 자신을 만든다. 하지만 좋은 카페, 식당, 여행지에서 꾸며진 사진과 과한 행동으로 나는 부러움을 받을 만큼 행복하다고 과장한다. 내가 사회에 돌아갔을 때 마주하게 될 실제 삶은 비참하다고 믿는다. 결국 인스타의 삶에 목을 매는 것을 보며 이렇게 사는 것에 나는 회의를 느낀다. 자신의 삶을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살아간다는데 어찌할 도리는 없다. 하지만 믿는 것과 다른 괴리감을 느끼며 산다는 건 참 불행하다. 개인적으로 내 삶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만큼 화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아 기록하다 보면 누군가를 주목해주지 않을까 싶다. 평범하면 어떠할까 자기가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항상 인스타그램을 보다가도 아메리카 사이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고는 한다. 지금 내가 사는 삶이 진짜인지 아니면 허상으로 믿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패트릭의 모습처럼 우리도 비슷한 족쇄에 붙잡혔다고 느낀다. 그럴수록 허구적인 삶을 위해 충실하게 사는 것은 접는다. 지금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비록 시궁창 같이 너무 깊고, 더러워서 보기 싫더라도 나를 돌아보고,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무엇이 옳고, 그리고를 떠나서 내가 행동하는 것에 따라 결정 내린다. 더 이상 인스타그램에 목매이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의미를 품는 삶을 완성하기를 꿈꾼다.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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