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야 Oct 06. 2022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

헤어질 결심 by. 박찬욱 


연인들 사이에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는 사랑이 깊어져 결혼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도 사랑에 외면받아서 헤어지기도 한다. 사랑은 수많은 연속적인 반응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사랑을 학습한다. 그리고 배움을 익히기 위해서는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이 끝난 직후에 헤어지는 과정은 알지 못한다. 아니 우리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이야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사랑하지 않으니까.라는 당연한 결과를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의 결과가 헤어짐이라는 것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사랑하는 과정보다 헤어지는 과정에 집중한 영화다. 다른 로맨스 영화처럼 사랑하는 것이 아닌 헤어진다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를 느낀다. 보통의 영화에서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운명적인 예찬을 찬양한다.  관객들도 그런 경우를 기대하며 영화를 감상한다. 사랑하는 이유와 절차를 헤어지는 과정도 물론 절차의 일부이기에 넣을 수는 있다. 하지만 헤어지는 과정이 사랑의 모든 것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헤어진 연인을 배경으로 한다. 헤어진다는 것에 대한 공허함과 괴로움이 가슴속에 나를 괴롭힌다. 여전히 싹튼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나를 초월한다. 사랑한 만큼의 헤어진 순간에 나에게 감정은 지독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헤어지는 과정은 애기가 다를 것이다. 영화에서 핵심은 사랑하는 과정을 끝내는 동안에 관객들에게 사랑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이었던 해준이 서래를 포기했지만 느껴지는 감정이 곧 사랑이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것이 사랑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감독은 왜 헤어지는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했을지 고민하게 된다. 어느 관객은 쉽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면 조금은 어렵게 혹은 비틀어진 사랑을 미디어라는 환경과 영화의 편집기술로 충분히 만들어낼 방법도 있었다. 분명히 어렵지만 존재했다. 다만 추측을 해본다면 헤어지는 것을 방점을 두고 사랑을 다시 재조립해서 보여줄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처음 만나 누군가를 사랑을 느낄 때를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만난다. 그것이 남녀, 아니면 같은 성별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내 시야에 들어온 사랑한다는 감정이 스파크로 터진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나는 사랑에 빠져서 그 혹은 그녀를 가슴에 품는다. 그렇게 일어난 사랑은 일방적인 짝사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인으로 발전되면 사랑은 순간의 감정에서 변한다. 대신에 나의 감정이 매몰될 수 있다. 

  

그만큼 매몰되는 사랑에 이유가 생겨난다. 헤어지는 것에는 매몰되었던 나의 이유들로부터 시작한다. 이유들의 불안정함이 곧 나를 헤어지게 만드는 계기로 사용된다. 결국 헤어지는 이유를 사용한 나는 나의 연인과 헤어진다. 사랑은 그렇게 끝난다. 그것을 뒤집어본다면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이유를 얻었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사랑을 얻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사랑하는 동안에 얻게 된 이유로 인해 그들은 헤어졌다.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하지만 사랑을 끝맺을 할 때는 이유가 필요하다.    

  

영화에서 헤어진다는 것은 사랑을 하는 것의 종결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를 보여준 영화였다. 범죄를 감추고, 증거를 감추고, 운명을 감춘 것에도 그들이 사랑했기에 생겨난 이유이자 그들이 헤어지게 만든 이유였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헤어진 사랑의 영화가 아니었다. 헤어진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유가 있는 영화였다. 그렇기에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는 영화보다 더 사랑을 표현한 독보적인 영화이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