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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Apr 17. 2023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파벨만스 by. 스티븐 스필버그

파벨만스 (2023)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거나, 꿈을 위해 대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성공에는 무언가 특별한, 내가 접할 수 없는 어떠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도 특별한 것보다는 내가 결과를 얻기 위해 일을 시작한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이유가 있었다. 이유라는 것은 단순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였다. 그것이 어렵고, 부정확할지라도 이유가 있다면 결과는 도출된다.  

  

그리고 이 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스필버그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T라는 외계생물과의 교감, 유대인사업가가 선택한 나치로부터의 보호, 거대한 상어의 공포 등을 혼자 화면 속에 담아낸다. 그렇게 그는 할리우드에서 영원한 명감독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명감독이 된 것은 모두 우연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감독이라는 세계를 꿈꿀 때 그는 이유가 있었다. 영상이라는 복합적인 세계를 처음 마주했고, 그 세계에 매료되어 자신의 세계를 창조했다. 점차 세계는 확장되었다. 동시에 많은 것들이 필름을 이어 붙이듯이 연결되어 간다. 그렇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었다.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유를 가르쳐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를 시작한 이유, 영화감독을 꿈꾼 이유, 할리우드에 들어가게 된 이유, 유대인으로서 운명을 받아들인 이유 등의 수 만 가지 스필버그를 향한 이유가 된다. 그중에서도 영화 파벨만스에서 첫 장면이었던 영화를 보던 스필버그에게 영화는 자신이 살아가게 될 이유가 되었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가 가족과의 불화에서도 학교생활의 고통을 느껴도 영화는 그에게 이유가 되었다. 그러한 그의 선택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할리우드의 거장이 된다. 

  

다만 우리는 항상 이야기를 한다. 이건 스필버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은 우리에게 욕망을 주고, 재능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롤모델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우리의 상태를 제자리에 멈춰서 나아가지 않는다. 무언가를 위해 쓰지도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를 얻기 위한 수 백가지의 단서를 찾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가슴에 묻어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롤모델을 향해 기도한다. 나도 당신처럼 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의미 없는 기도문만 줄기차게 읽어나간다. 항상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얻어가고 싶은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롤모델은 항상 기회라는 것이 찾아오기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다림을 반복했다. 기회는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것이다. 허무한 믿음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언덕의 두 인물 블라디미르와 에스테라공을 연상시킨다. 결국 의미 없는 기다림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상관없다. 얻지도 못하는 결과만을 위해 반복한다. 그러다 얻은 것은 없는 삶을 한탄하면서도 동시에 고도를 찾는다. 그들의 반복적인 과정은 삶의 일상처럼 당연시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얻게 된 이유는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적용되었다. 실패한 이유도, 조금 아쉬운 이유도, 운이 없을 때도 이유는 여러 가지 방면에 붙어서 나를 설명하기 위해 태동한다. 그렇게 쌓여간 이유는 곧, 나의 운명을 바꿀 또 다른 이유가 되어준다. 지금 당장은 바보 같은 과정일지도 모른다. 허무한 결과에 현실을 보라며 설득하는 이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은둔해 버린 외톨이로 살지라도 우리는 이유를 붙여야 한다. 바보 같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은 이유가 되어서 나를 설명할 기회가 되어준다. 어린 시절 스필버그가 자신의 우상 존 포드를 만나 자신을 설명한 기회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존 포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안부대신에 영화의 지평선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한가운데의 지평선과 하늘과 지면의 지평선은 다르다. 그가 내린 결론은 마치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지평선을 따라가는 인생은 지루하다. 모든 인생은 자신이 목적으로 하는 지평선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아득히 멀어서 우리가 그저 꿈으로만 꾸고 있는 순간의 곳일지라도 우리는 이유를 붙여가며 쫓아야 한다. 파벨만스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롤모델을 향해 접근해 간다. 그들의 삶에 공식회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이유를 쫓다 보면 조금은 그들의 이유에 접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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