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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Feb 06. 2024

인생의 후면을 볼 수 없을때

[영화] 하나 그리고 둘 by.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2000)

인생에는 극적인 이벤트가 있다. 누군가의 탄생과 죽음을 축하하는 자리. 누군가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순간. 성인이 된 나의 자식을 축복하기도 하고. 결혼으로서 새로운 가정을 축하기도 한다. 인생은 그렇게 여러 가지 삶의 새로운 변화와 과정을 겪어나가면서 인생의 긴 순례를 이어간다. 하지만 인생의 긴 순례가 순탄하다고 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매번 후회와 실수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실수나 뒷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우리의 실수를 미리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가? 그건 또 아닐 것이다. 매번 실수하는 삶의 궤적을 알았다고 해도 삶은 선택에 의해 바뀌고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생의 관성을 알고 있다고 믿지만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꽤나 어렵다. 나도 인생의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선택할 때마다 그래왔다. 이성으로는 이해해도, 감정은 나를 동요시켰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매번 그랬고 힘들어했던 나에게 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그 영화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만 뉴웨이브 영화감독 중에서 에드워드 양은 매우 생소한 감독이었다. 특히 ‘하나 그리고 둘’은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때문에 부담으로 남았던 영화였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이 하나씩 국내에 개봉하면서 마침내 ‘하나 그리고 둘’을 보게 되었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굉장히 진부한 영화일 수도 있다. 뉴웨이브 시대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 진부한 작품을 만들었다니 하면서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이라는 세계와 동시에 영화는 과거 현재 미래를 살아가는 동안의 과정을 에드워드 양만의 고찰로 풀어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과거를 잊고, 현재를 마주하며 미래를 떠올리며 살아야 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어제의 순간은 삭제된다. 똑같은 어제는 없다. 새로운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삶은 굉장히 어려운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선택과 방법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이런 인생을 고찰하는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결혼식으로 시작되어 장례식으로 끝나는 과정처럼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에 중점을 두면 된다.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결혼식처럼 축하받고, 장례식처럼 슬픔을 받으며 삶의 회고를 둔다. 그렇게 삶의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 다만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이어가는 인생을 억지로 변화하고자 선택할 필요도 없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그 결과에 순응하면 된다. 비록 결과 값이 나에게는 불안정하거나, 불만스럽더라도 다음 선택을 두고 결정하면 된다.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아버지인 NJ의 첫사랑의 선택도, 엄마의 변화도, 딸의 실수와 새로운 만남도, 삼촌의 바보 같은 결정도, 아들의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도 모두 다 우리처럼 똑같은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에드워드 양 감독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순간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영화일 수 있다. 동시에 인생이라는 것에 깊은 교훈이나 의미를 내포하지 않았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으로 여기고, 믿는다.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내가 사는 것에만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전부이다. 아무리 내가 삶의 레퍼런스를 줄줄이 꿰고 있다고 해도 내가 사는 인생이 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그냥 흘러가고 이어지고, 끝내 맞춰 가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을 보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죽음을 하루하루 앞두고 있는 나의 생애 앞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후회해도 되니까 흘러가는 삶을 놓치지 말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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