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남해안 별신굿 by. 남해안 별신굿 보존회
과거부터 신을 믿는 행위는 당연한 것이었다. 자연현상, 질병, 풍년을 기원하는 등의 인간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을 빌 때마다 인간은 신을 찾았다. 신의 존재도 형상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오로지 믿음을 통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혹은 자연이라는 운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을 찾았다. 지금 사회에서 인간은 자연이라는 시스템의 논리와 구조를 파악하고, 찾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과거는 그러한 사실도 전혀 모른 채 살아왔다. 그래서 신의 영역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신을 노하지 않고, 신에게 기도를 전달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신의 연결책을 찾았다. 여러 종교적인 분파에 따라 그들을 부르는 방식, 종교적 행위도 달랐다. 그러나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신을 향한 강렬한 믿음과 외침으로 인간 사회를 구원하고자 하는 연결책이 되는 것이다.
그중에도 오랜 종교행사를 담당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굿’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행위를 보며 미신, 혹은 무당들의 신내림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바로 남해안에서 어부들과 풍년을 기원하는 지역의 전통을 이어온 ‘남해안 별신굿’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삼면이 바다였다. 그래서 각 바다지역마다 풍부한 어장을 가지고 있어 어부들이 그곳에 배를 띄어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바다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강력한 폭풍과 파도로 많은 어부들의 운명을 앗아갔던 흔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조상은 각 마을마다 전통 있는 무당집안에서 벌이는 굿판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다. 생과 사를 건너는 일을 하는 만큼 신에게 부족함 없이 빌고 빌며 자신들의 운명과 마을을 지켜달라고 하늘에게 연결하는 사제였던 무당들과 악사는 정성껏 빌었다. 신에게 자신들의 삶의 태평성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존과 번영을 위한 꿈을 꾸게만 해달라고 말이다. 물론 이러한 종교적인 행사가 남해안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동해안 별신굿, 제주도의 칠머리당 영등굿, 진도의 씻김굿 등 다양한 굿을 이어가고, 이어오는 세계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신을 위한 행사와 행위는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행위였다. 그래서일까 오랜 전통을 겨우 지켜온 남해안 별신굿의 전통은 신을 위한 제사에서 전통 음악과 춤 등의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는 형태의 의미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번 남해안 별신굿의 행사도 그러했다. 남해안 별신굿의 전통을 살려 진행하려면 하루를 꼬박 지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굿판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면 많은 관객은 보기를 꺼려한다. 대신에 무대 위에 올라갈 굿판을 새롭게 정비하여 예술로서 승화한 이번 별신굿은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물론 신을 향한 믿음과 가치보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점차 변해가는 사회에서 이러한 믿음의 가치로서 굿을 번영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그래서 예능인이라고 하는 분들의 노력에 의해 새로운 전통 예술의 근본을 찾는 기능이 생겼다는 점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낀다. 물론 여전히 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굿판이라는 많은 이들의 왜곡된 시선과 편견에 맞서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의 보존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래왔듯이 인간은 답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비록 과거에는 무당 집안이라고 손가락질받았던 이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대신하고, 영광 있는 전통문화의 장인으로서 남해안 별신굿을 지키고 있는 대사산이 정영만 선생과 그분의 가족들이 버티는 한 우리 예술의 근본 주에 하나인 무가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켜가야 하는 전통의 길이 비록 험하더라도 우리의 후손들은 그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