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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화를 보는 이유

강철의 연금술사 전시회 (2024)

by 소야
강철의 연금술사.png 강철의 연금술사전


2001년 어느 여름 소년만화 하나가 세상에 나타난다. 이야기는 단순했다. 어느 천재적인 연금술사 소년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만화는 명작으로 불린다. 누구도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분명히 부족한 것도 있고, 비판의 대상도 있다. 하지만 만화가 시대를 초월하면서까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영원한 명작으로 불리는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는 2024년 한국에서 작가의 원본 그림과 일러스트를 전시한다.


많은 사람은 이번 전시회의 결정에 환호했다. 작가의 환상적인 세계를 보고 자랐던 나와 비슷한 또래 세대에게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릴 때는 만화는 예술적인 가치 따위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불량스러운 취미였다. 하지만 만화가 그림이 한국에서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새로운 가치를 대중이 인정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의 가치로서 만화는 장르의 하나이자, 의미 있는 분야의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평론가를 비롯한 소수의 예술가들 집단에 의해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대중에게 인정받은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과정의 흐름을 직접 보는 것 같아 더욱 과장되어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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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가 대중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표현을 하고 싶어도 탄압당해 만화라는 세계를 구현할 수 있던 것이 너무 적었던 시대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70년대와 80년대의 군사정부에서 진행되었던 검열과 탄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의 정부는 항상 국민의 표현을 통제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들은 창작물을 직접 검열하거나 혹은 창작물을 폐지하는 등의 강경책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대중은 통제된 예술만 접근할 수 있었다. 만화도 시대의 칼날은 빗겨나가지 못했다. 검열과 폐지 같은 통제는 물론이었다. 또는 만화를 보던 아이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마치 사회악이라고 규정한 시대의 분노는 작가에게 직접적인 독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펜을 놓지 못하고 만화를 지켜오던 작가들의 인내가 드디어 현대시대로 넘어오면서 대중이 그들의 영광을 회복시킨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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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만화를 보는 사회의 변화가 너무 만족스럽다. 특히나 웹툰이라는 새로운 만화장르가 생겨나면서 만화를 보는 대중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변해갔다. 만화를 재미로서 보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예술로 지향했다. 또한 디지털로 복원된 역사적인 만화를 직접 박물관에 방문하여 시대의 재미를 열심히 즐기기도 했다. 그만큼 만화의 시대의 독보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시대의 이상향만을 보지 않는다. 이러한 단면도 있지만 그와 다른 모습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나 일본의 소년만화는 단지 오타쿠라는 문화의 일종으로 보는 편견도 있다. 웹툰이라고 다를까? 2차 창작물이 아닌 작품에 대해서는 마니아들의 취미생활로 여기 지기도 한다.


어쩌면 한국의 웹툰이 결국 90년대에 겪었던 출판만화와 비슷한 쇠퇴를 겪을 수도 있다. 여전히 만화라는 세계의 확장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정착해서 대중이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 많은 만화가들의 노력을 바라고, 존중하고 싶다. 물론 한국의 만화시장과 작가들의 개척과정은 미래의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지표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한국의 웹툰 혹은 한국의 만화를 보는 새로운 세대들의 만화를 전시회로 올리고 작품을 그린 작가의 이름이 올라가기를 소망한다. 추진되어 가는 만화를 바라보는 사회의 진보가 한국이 열린 예술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 것이다. 그런 생각을 품은 채 전시회의 끝에 서있던 만화 캐릭터의 실제 모델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보며 기도한 채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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