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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Mar 31. 2021

[극장에서 본 오늘의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반지의 제왕 2 - 두 개의 탑 (2002)

영화 반지의 제왕 두 번째 시리즈 두 개의 탑은 원정대의 여정을 판타지의 동화처럼 담아낸 1편의 작품과는 다르게 위엄이 흐른다. 원정대의 분열 속에서 여전히 반지 운반자로 모르도르를 향해 떠나는 프로도와 샘의 역경은 끝나지 않았다. 거대한 서사와 웅장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21세기 판타지 영화의 중추를 했던 영화였던 만큼 그 위상은 어마 무시했고 넘볼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영화는 위대했고 완벽했다. 


영화는 원정대가 각기 해야 할 임무와 지금의 상황들을 보여준다. 어둠의 세력이 강성해질수록 절망은 커져간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괴롭기만 하다. 그러던 중에 자신과 원정을 같이했던 동료 호빗을 구하고자 떠난 이들은 로한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로한의 왕 세오덴이 사루만에게 지배당하면서 로한의 위상은 붕괴한다. 그들은 오크를 죽이고 여정을 떠나면서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정해진 길을 따라가자 원정대는 그리웠던 존재들과 재회한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 그리고 호빗 동료들 말이다. 간달프는 백색의 마법사로 변하여 그들의 원정대에 다시 합류한다. 그리고 자신이 중간계에서 해야 할 역할을 완수하고자 여정을 진행시킨다. 파괴될 운명 속에서 그들은 인간들의 나라 로한을 찾아간다. 


사루만에게 사로잡힌 왕 세오덴을 구하고 사루만의 계략을 저지해야 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차분히 역경을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끝내 세오덴 왕을 구하지만 그들에게 승산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세오덴은 헬름 협곡으로 운명을 정하고 떠난다.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자신의 군대를 모으고 동맹군과 함께 사루만의 군대를 막아선다. 수 없는 전선의 붕괴로 보이지 않을 희망에 절망한다. 하지만 원정대는 끝까지 남은 희망을 가지고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에서도 숨겨진 명작이라고 불리는 두 개의 탑은 판타지 영화의 웅장한 스케일을 보였다. 화려한 마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한의 군대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위엄 있는 태도는 남다르다. 말을 타고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어떠한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수준이었다. 엔트들의 행동과 사루만의 아이언가드의 습격은 어떠한가. 화려하지 않지만 고대의 생명체들이 사루만과 대적할 때 통쾌한 기분까지 느껴진다. 


영화는 그렇게 영웅들의 용맹한 모습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번져갔다. 기사들의 등장과 적을 무찌르며 승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영화의 장면들은 우리가 판타지 장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화려한 CG가 드러나지 않지만 뿔피리와 나팔소리에 우리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오크들을 향해 전진하는 로한의 운명은 점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결과가 올지라도 끝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규합되지 못한 인간 세력들이 신과 요정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이겨낸다. 악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아무리 힘겹더라도 말이다. 수 백번의 싸움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불안한 현재를 이겨내고 더욱 빛나는 미래를 선택한다. 영화는 전쟁과 더불어 악이라는 세력의 강인함 속에서도 모든 것을 지키려고 하는 인간의 의지를 담아낸다. 인생의 역경은 언제라도 찾아온다. 하지만 역경이 두렵다고 해도 우리는 피하거나 도망칠 수 없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고마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저 맨 몸으로 부딪히며 인생을 느껴야 할 때가 더 많다.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공포를 품에 안은채 말이다. 그러나 인간들의 의지는 공포를 이겨낸 순간부터 달라진다. 인생을 등지지 않고 맞서 싸워간다. 설령 패배해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싸워보지 않고 주저앉는 삶보다는 낫다. 로한 세력에게도 그러했다. 아라곤과 원정대에게도 마찬가지였고,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와 샘에게도 동일했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인간을 비롯하여 중간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의지를 품게 만든 영화였다. 마지막 시리즈 왕의 귀환에서 아라곤이 곤도르의 왕으로서 당당하게 귀환할 용기를 주었다. 소용없을 전쟁이라는 것을 알지만 피할 수 없기에 싸우는 로한의 세오덴을 만든다. 프로도와 샘이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주었다. 아무리 악의 세력이 강할지라도 패배를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시리즈 왕의 귀환의 승리는 위대했다. 악으로부터 승리하고자 노력했으며 용기를 얻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영화의 승리는 값지고 위엄이 돋보였다. 하지만 승리를 얻기 위해 인간들이 감내해야 했던 과정은 두 개의 탑에서 더 숭고하게 드러났다. 위대했으며 완벽했던 영화는 승리를 준비하기 위해 막을 내렸다. 


나는 예전이라면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프로도와 샘의 판타지 모험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이 달라졌다. 바로 승리의 결과보다 과정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결과는 항상 필요하다. 인생에 있어서 우리가 얻어야 할 승리는 무궁무진 하기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승리라는 운명을 쟁취하려면 여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지를 만들고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포기를 버려야 한다. 그렇게 갈고닦은 삶이 쌓였을 때 나의 인생이 결정된다. 


물론 인생은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가끔씩은 유혹과 공포에 흔들릴 것이다. 혹은 성공하더라도 희생 입은 것에 놀랄 때도 많다. 그래도 과정을 겪지 않은 채 승리를 원하는 방식은 용납되지 않는다. 끝내 얻고자 하는 영광은 거쳐가야 할 많은 것을 통과하고 나서 주어진다. 그렇게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의 세계와 전쟁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의미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걸작이 되었다. 


아마도 우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21세기에 최고의 스케일을 품은 판타지 영화이자 인생의 여정을 담아낸 인간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영화가 다시 극장에 나타나기를 희망해본다. 


점수 : 5.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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