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야 May 06. 2021

아들

by. 다르덴 형제

아들 (2004)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한 편만 꼽으라면 나는 영화 '아들'을 꼽을 것이다. 로제타라는 걸작이 있지만 나에게는 아들이 더 인상 깊었다. 복수와 용서라는 두 갈등 사이에 놓인 서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복수를 포기하고 일상으로 복귀를 택한 아버지의 선택은 더욱 무게감이 실려있다. 


영화 아들은 복수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대상의 등장에도 올리비에는 혼란스럽다. 프란시스가 벌인 잘못된 선택이 그의 인생을 파탄 낸 것처럼 프란시스의 인생은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무너져있다. 가난과 불행을 공존한 소년에게 느끼는 동정심에 올리비에는 흔들린다. 하지만 복수를 위한 그의 감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숨 막히는 숨막힐정도로 긴장감에 몰입된다. 


특히나 영화는 절대적인 악을 초점에 두지 않는다. 차라리 누군가를 탓할 수 있는 악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영화 내내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악한 상대의 복수를 상상하며 그의 선택을 기대했을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복수심을 해결하고 느낄 통쾌한 감정이 있다면 혼란스럽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씁쓸한 순간에 허무한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의 시선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는 복수를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의 대상에게 행동을 시행하려 해도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숨소리조차 없이 이어지는 긴 침묵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아마도 올리비에게는 가슴 속에 감정이 응어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은 더 이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렇게 터져버린 감정은 그대로 공백을 남겨둔 채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영화 아들은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있어 참으로 혼란스럽게만 느껴진다. 용서한 것이라고 믿는 측과 용서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두 부류 속에서 마지막 두 사람의 시선 교환은 특히 나의 감정을 건드린다. 내가 생각할 때 올리비에는 결코 용서 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서는 없지만 복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영화 아들은 어디에 나의 감정을 몰입해야 할지 모르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올리비에의 분노와 복수를 초점으로 맞추기 고자 하지만 프란시스의 삶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프란시스의 불행을 향해 비난하고 싶지만 악행은 지워질 수 없다. 정의를 경계로 둘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이 불행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짧은 러닝타임에도 영화는 꽤나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나의 감정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롱테이크로 찍은 한숨소리와 담배연기는 올리비에에게서만 느껴질 감정이다. 복수와 절망이 공존한 상태 말이다. 그러나 프란시스의 선생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순수한 아이러니가 영화 내내 가슴을 타고 든다. 두 사람의 심정을 알기에 점차 모든 것이 지쳐갔다. 감독은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에 주목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불편한 감정이 짧은 장면으로 넘어간다면 정보처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감정에 공유와 복합적인 심정을 관객이 공유하면 서사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영화 아들을 처음 보고 극장 밖을 나섰을 때 내 마음에도 응어리가 박힌 기분이었다. 올리비에의 감정인지 프란시스의 불안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앞으로 겪게 될 여러 일들을 상상도 했다. 용서 없는 삶과 죄책감에 불안한 시선은 계속될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살아갈 것이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누구 한 명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된다. 다르덴 형제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의도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장면을 촬영했다고 믿고 싶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 다시 영화를 봐도 마지막 장면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영화 아들은 나에게 있어 다르덴 형제의 최고작이었다. 


점수 : 5.0 / 5.0

매거진의 이전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