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크 발레
인생을 멋대로 살았던 인물이 한순간에 동성애자들과 에이즈 환자들에 의해 영웅으로 등극하는 영화가 있다면 우리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미국의 남부주 중에서도 가장 마초적인 텍사스 주의 남성의 인생이 역변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다.
영화는 바로 그런 인물의 실화를 재구성하여서 담아낸다. 영화는 전기기술자로 살아가단 론이라는 인물에게서 생기게 되는 문제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텍사스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왔던 그는 한순간에 에이즈가 걸려서 인생에 나락으로 빠진다.
당시 에이즈에 대한 약도 제대로 없고, 에이즈라는 끔찍한 질병에 대해서도 선입견이 가득했던 그 시대에 말이다. 그러나 그가 훗날 살아남기 위해 약을 찾아다녔으며 성공했다. 그걸로 모자라 자신이 그렇게 혐오하던 동성애자들에게 약을 팔았다. 모든 것을 돈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자기의 동업자의 죽음에 대한 허무함과 미국이라는 사회의 불평등함에 분노한다.
결국 그는 미국 정부에 소송을 걸어서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는 오로지 자기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에게 구원자가 되고도 했고, 영웅으로 칭송받는 업적도 누렸다. 이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이들은 영웅이라는 사람을 추모할 때면 그 사람이 해왔던 위대했던 업적과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한 그의 삶을 동경한다. 그리고 영웅으로부터 바뀐 세상에 혜택을 받게 된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매우 큰 감사를 느낀다. 영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바뀌지 않을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
하지만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론은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한 아니 무질서하고도 무책임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의 변화가 되는 에이즈는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돈만 밝히고 삶을 지속하고자 한 평범한 인물에게 영웅이라는 이름은 크고 무겁기만 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론이라는 인물의 욕망으로 뚜렷했던 삶을 재구성한다.
그가 선택한 모든 비윤리적 일들을 고발하듯이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누군가에게 영웅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론이라는 에이즈에 걸린 운 나쁜 남자의 삶이 과연 영웅담인가? 만약 그가 영웅이라면 우리는 그의 삶을 알고 있음에도 칭송할 수 있겠는가? 단지 에이즈에 걸려 약을 찾다가 동성애자들을 이용한 사업으로 돈을 모았던 론 우드루프를 위해서 말이다.
나는 하나의 대답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았음에도 그는 영웅이었다고 말이다. 그가 아무리 욕망에 살아가는 이기적인 인생이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인생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종종 보인다. 그래도 그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고, 부조리한 사회에 현실을 고발했다. 70년대에는 더 심했던 동성애자들의 차별과 탄압을 받을 수도 있을 사건에 뛰어들었다. 비록 그의 행동은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용기 있게 행동했다.
영웅이라는 것은 단지 위대한 삶을 살았기에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웅은 위대한 삶보다 가치 있는 선택을 한 사람에게 그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고 본다. 분명히 자기 인생과도 연결되어서 필요하기에 싸웠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사람들에게도 혹은 사회 전체에 대한 메시지로 퍼져나가게 된다.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영웅의 역전적인 선택 한 번으로 세상은 수많은 사람을 구원하지도 못한다. 지켜낼 힘도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 이후에 달라지지 않을 변화를 실망하고, 선택 이후에도 이어질 운명에 좌절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가 선택한 것에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웅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PC 영화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에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또한 PC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신파극 영화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21세기에도 에이즈로부터의 삶을 갉아먹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적인 선택을 만들어준 인물이 남긴 의미를 우리에게 깊게 전달시킨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욱 울림이 있었으며 단순한 신파극에 지나지 않을 영화에도 우리가 수작이라고 부를 이유가 될 것이다.
점수 : 3.0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