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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Dec 15. 2021

네오 웨스턴 무비를 찾아서 上

퍼스트 카우 by. 켈리 라이카트 

퍼스트 카우 (2019)


'빠라 바라 밤'이라는 멜로디가 귓가에 들린다면 서부영화를 봤던 기억이 되살아 날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카우보이들이 서로의 목표를 위해 총을 겨눈다. 조금이라도 시선을 놓치는 죽는다. 살아남은 자만이 모든 것을 얻는다. 그렇게 약육강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영화가 바로 서부시대의 모습이었다.  미국이라는 개척자들의 나라에서는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난 이들은 돈을 위하거나 혹은 모험정신을 가지고 서쪽으로 달렸다. 


그들의 속셈도 목표도 달랐기에 갈등과 경쟁은 항상 존재했다. 그곳에서 평화는 없었고 강자만이 살아남았다.  오로지 자신을 지키는 것만이 서부 사회에서 살아남는 비결이었다. 그러한 시대를 역사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달랐다. 그들의 시대와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서부극이라는 장르로서 보편적인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서부극 영화도 이제는 흥행을 선보이지 못했다. 서부극의 종말이 왔을 만큼 사람들은 서부극을 잊었다. 몇몇의 영화감독들은 서부극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제작을 감수한다. 자신들이 고전 서부극 영화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자신들이 보여주는 서부극 영화를 향한 그들의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서부극이라는 영화의 위상과 업적은 거대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통 서부극은 잊힌 영화의 장르였다.


그래서인지 서부극의 원형을 따르던 영화도 많이 달라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과 구조를 차용하여 영화를 만든다. 정통 서부극의 배경을 가져왔지만 감독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형식에 얽매이던 서부극이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서부극의 시작을 알린다. 대표적인 예시로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를 말할 수 있다. 

  

그는 서부극의 전통적인 영화였던 장고를 패러디한다. 그 정도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서부극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중요한 지점을 변경시킨다. 바로 백인 카우보이가 아닌 흑인을 선택한다. 그리고 정통 서부극만의 구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도록 만든다. 정통적인 구조와 패러디라는 형식을 섞어낸 웨스턴 영화라고 생각한다. 

  

타란티노의 패러디 영화는 서부극의 정통을 살렸다. 그러면 현대의 서부극 영화 '로스트 인 차일드'는 어떠할까? 두 형제가 미국의 몰락한 서부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자신의 농장을 되찾으려는 영화이다. 서부극의 형식을 답보하면서도 21세기의 빈부격차와 금융 문제의 연장선을 이끌어낸다. 그런 관습적인 문제를 짊어진 두 형제의 처절한 생존 방식은 현대 버전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통 서부극이 남겨둔 잔재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끝없는 서부극의 냄새를 풍겼다.  

  

또 다른 형식의 서부극을 이야기한다면 코엔 형제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당연히 서부극의 구조와 형식을 답습한다. 동시에 현대라는 구조의 서부극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완벽한 형식을 공식화시킨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코엔 형제를 통해 우리는 현대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앞서 말한 3편의 영화는 모두 서부극을 활용한 영화였다. 새로운 형식의 서부극을 보여주는 못했다.  오히려 서부영화에서 새로운 장르로 발전했을 뿐이다.   

  

결국 서부극의 형식을 뒤바꾸고, 패러디로 성공해도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부극의 패러디를 빙자한 답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말하려는 두 편의 영화는 전혀 달랐다. 서부극이라는 배경과 서부극이 아닌 형식을 뒤섞는다. 혹은 서부극에서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통해 서부라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보편적인 카우보이의 삶과 죽음이 아니다. 서부시대의 거칠었던 사회에서 소수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의식과 관계를 엮어가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첫 번째 영화 퍼스트 카우는 이런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특히나 퍼스트 카우는 카우보이라는 존재에서 벗어난 비주류에 주목한다. 이런 이들은 역사 속에 등장하지도 않는 일부였다. 항상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다 사라진다. 그들이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우리는 서부로 안내한다. 총과 악당을 뒤로하고 비주류로 속해있던 그들의 비굴한 삶과 연대하는 우정을 보여준다. 


다만 많은 이들은 이런 영화를 새로운 서부극이라고 이야기할지 궁금할 것이다. 보편적인 서부의 배경만을 사용한 것 같은 영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영화 퍼스트 카우는 서부라는 배경만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너머의 서부시대의 사회와 상상하던 모습을 전혀 다른 형식으로 뒤집는다. 그렇게 서부라는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 네오 웨스턴 무비를 찾아서 下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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