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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Dec 22. 2021

네오 웨스턴 무비를 찾아서 下

파워 오브 도그 by. 제인 캠피온

파워 오브 도그 (2021)


서부라는 사회는 지금의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서부만을 기억한다. 영상 속에 서부라는 사회는 사악한 음모를 일으키는 악당과 그를 저지하는 주인공의 노력과 결투로 표현된다. 개척된 마을의 과정과 삶은 서부영화에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서부에서 카우보이의 영웅담이 서부를 대표했다. 

  

그래서 서부는 매력적인 모험이 가득한 세계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진짜 서부는 그러지 못했다. 철저한 자본의 논리와 무법지대를 넘나드는 이들을 피해 연명하며 버텼다. 가난하기에 꿈을 꾸지도 못했다. 그런 사회적인 억압과 슬픔은 인종이 서로를 의지하고 지탱해간다. 갈등이 벌어지고 서부라는 사회에서 추격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카우보이가 아닌 평범한 이들이기에 영웅적인 힘도 발휘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그들에게 동정심마저 느낀다. 

  

동시에 영화 퍼스트 카우는 지금의 현대도 차별받는 비주류들의 삶이 연장되었다는 것을 표현한다. 세월을 초월해서도 똑같다. 서부는 사회의 강인한 생존자들의 모험담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버텨가다가 끝내 살아남은 이들이 고백하는 회고록이었다. 그렇게 진실된 서부를 관객에게 서슴없이 드러낸다. 서부라는 사회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만으로 새로운 웨스턴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웅담을 부순 웨스턴 무비로서 새로운 의미를 품었다. 

  

반면에 서부극의 탈을 쓴 서스펜스 영화가 있다. 이번에 개봉한 파워 오브 도그이다. 영화는 서부극에 맞춰 카우보이와 목장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강인한 마초적인 남성인 필의 입장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의 동생 조지의 결혼이 못마땅하다. 동생의 아내의 아들인 피터에게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자신의 주변이 모두 바뀌어서 극도의 혐오만을 느낄 뿐이다. 이번 영화 역시 기존의 정통 서부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치 서부극의 배경을 다른 장르에 씌운 느낌이다. 서부에서 말을 타고, 목장을 떠돌며 카우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 일뿐이다. 카우보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 자신이라는 존재를 정의 내린다. 마치 자신은 강한 존재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인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그의 마초적인 모습은 억지스러워 보인다. 오히려 마초가 아닌 인물의 내면에는 외로움이 존재했다. 그리고 피터는 이를 이용하면서 장르는 다시 급변한다.  

  

물론 카우보이가 나왔다고 서부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카우보이라는 존재의 영웅적인 면의 몰락을 말이다. 카우보이이자 주인공인 필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브롱코 헨리라는 인물을 이야기하며 카우보이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 강인하고, 강력한 그의 모습과 동일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동성애자였다. 현재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한 소수자를 그 시대에 서부에서 살아남는 이에게는 고역이었다. 그런 모습을 감추고, 숨이기 위해 그는 변장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그는 동생의 양아들인 피터에게 무너진다. 자신이 브롱코 헨리가 될 수 있다는 욕망에 압도당한다.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잊어버린다. 그렇게 무너진 카우보이의 모습은 인간적이고도 가냘프다. 서부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형식의 감정과 표현이었다. 

  

그리고 서부에서의 결말과 다르다. 영화는 서늘하게 끝을 맺는다. 보통의 서부극이었다면 있을 총격전과 희생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저 비참하고도, 공포스러운 최후였다. 이러한 구조를 서부극의 배경을 끌고온다. 오히려 서부극에서의 기존의 체제를 엎어버린다. 카우보이라는 존재를 신화에서 끌어내린다. 서부라는 사회의 뼈대를 드러내고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어떤 이는 서부극의 탈을 빌려 쓴 영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부극의 형식을 탈피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서부라는 사회를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부라는 사회의 직면하도록 관객을 유도시켰다. 그렇게 두 영화는 서부극의 모순을 해제하고 서부극의 민낯을 고백한다.  전형적인 탈피와 교체였다. 동시에 기존 서부극 영화에서 보여주는 동어반복적인 구조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그렇게 네오 웨스턴 무비라는 장르에 새로운 부분을 선보였다.

  

그래도 두 영화가 네오 웨스턴 무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또 다른 서부극의 변천사는 나오기 때문이다.  더 많은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네오 웨스턴 무비에 대한 의미를 찾아야한다. 그럼에도 퍼스트 카우와 파워 오브 도그는 서부극이라는 시선을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감독이 추구하는 서부극을 개척하고 표현했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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