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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an 19. 2022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은 이름

하우스 오브 구찌 by. 리들리 스콧

하우스 오브 구찌 (2021)

우리는 백화점이나 고급 쇼핑몰의 명품관을 지나간다. 백화점의 전략으로 만들어낸 설계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소비자에게는 당연한 루트이다. 그래서 명품을 무시하고 백화점에 필요한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유혹을 버티지 못한다. 고객은 명품관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신상 제품에 매료된다. 살 수 없지만 바라보는 것으로 우리는 만족한다. 그리고 역시 명품이라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만큼 평범한 소비자에게 명품은 최고의 상품이다. 다만 제품의 가격만 비싸다고 해서 최고는 아니다. 제품의 품질, 디자인, 역사를 짊어져야 한다. 오히려 명품은 제품이 아닌 명품에 박힌 이름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얻게 된 명품은 나를 드높이게 만든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평범한 소비자는 명품을 가지면서 생각할 것이다. 명품의 주인들은 남다를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도 다른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 말이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명품 브랜드를 창시했던 가문의 실화를 다룬다. 주인공의 조부부터 시작했던 패션산업의 왕국은 끝내 무너진다. 그들이 품어온 욕망은 파멸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구찌를 여전히 사랑한다. 구찌라는 이름만을 들었을 때 나타나는 포스가 있기 때문이다. 구찌라는 명칭은 곧 모든 것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구찌는 양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강력한 파워를 지닌 구찌의 모습은 누구나 탐낼 법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구찌라는 이름만을 탐욕한 순간부터 구찌의 의미는 빛바랜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욕망으로 인해 가문의 친족끼리 배신을 시작한다. 그들의 추잡한 싸움은 승자 없는 파멸로 스스로 이끌려간다. 그들의 욕망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다른 배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얻은 것은 ‘구찌’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구찌’의 이름에는 가치가 아닌 비극만이 새겨졌다. 과거의 영광이 있기에 구찌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의 죽여서라도 탐욕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끝내 얻어낸 구찌는 더 이상 위대하지 못했다.  

  

감독은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실화 결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영화 속에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담았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라고 말버릇처럼 애기해도 막상 닥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이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결국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 그들의 비난과 혐오는 멈춰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독이 인간의 모든 욕망을 비난하는 것인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욕망이 가지고 태어난다, 권력에 대한 탐욕도 당연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치를 품은 이름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름을 가지고 싶다면 그만한 노력과 능력을 통해 욕망을 드러내야 한다. 권력을 향한 자신만의 정당한 술수와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극단적인 방식과 비열한 수단으로 얻어낸 욕망은 파멸을 이끈다. 끝내 얻어냈다고 생각한 ‘그 이름’에는 비극만이 새겨진다. 

  

그만큼 이름을 얻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이고 모든 것인 이름을 고스란히 가지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있어서는 영광스러운 결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독점이라는 욕망을 배제한다. 이름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과정을 선택한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구찌에 나타나는 구찌의 이름을 다시 생각하면 쉽지는 않다. 그래도 고민은 해야 할 것이다. 명성이 하늘 높게 솟아오른 이름에 비극이 새겨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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