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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un 01. 2022

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입니다.

매스 by.  프란 크랜즈 


영화 매스는 4명의 인물이 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들의 관계를 처음에는 잘 알 수 없습니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우리는 하나씩 그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들이 부모라는 것과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말이죠. 대화는 각자의 상처를 넘어서 고통 그 자체의 순간까지 도달합니다. 부모로서 가지고 있는 원망과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서 말로는 내뱉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두 부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누군가의 살인을 쉽게 목격합니다. 뉴스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간략한 문장들로 죽은 자에 대한 애도 혹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때로는 가해자라고 치부되는 인간에게 분노를 느끼고 감정을 소비합니다. 아마 역겨움과 더러움이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부모라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미숙했을까 라는 불안감이 들것입니다. 현실에서 바라볼 나의 시선이 어떠할지도 걱정됩니다. 더구나 왜 나의 사랑하는 자식이 이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길 겁니다. 부모라면 마땅히 느끼게 될 것들입니다. 

  

부모라서 무조건 느껴야 할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겁니다. 하지만 시한폭탄처럼 터져버린 자식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참으로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자신은 분명히 아이를 바르게 인도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부족함 없이 키웠고, 아이를 존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벌인 아들에게 부모는 과연 무엇을 더 해야 했을지 후회와 죄책감을 가슴 한편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 점은 피해자의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그저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상처와 원망을 가해자의 부모에게 내뱉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아이를 기억하며 부모는 발버둥 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아이에 대한 상처와 기억을 품은 부모이면서도 하나의 존재입니다. 그만큼 살아있는 내가 평생을 부모로서 살아간다 해도 아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알고 있지만 미련을 떨치지 못해 스스로를 자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해하고 원망의 대상을 찾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압니다. 나를 마주 보는 그들도 나와 똑같은 부모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 정상적이지 못한 자식을 사랑하기에 끌어안은 그들에게 무엇을 분노해야 할지 모릅니다. 같은 부모라는 세계에 속해졌습니다. 부모라는 세계가 마치 거대한 공간이라면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넓은 공간에서 서로를 비난해도 보이지 않는다면 평생을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영화는 가해자라는 존재와 피해자의 형태를 벗어나 부모라는 세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식이 죽고, 살인자가 되어 더 이상 자식을 품을 수 없는 부모의 방에 갇힌 자들의 목메어가는 고통을 영상으로 그려냅니다. 가해자들이 총기난사를 벌인 15분의 공포를 온전하게 기록했던 또 다른 영화 '엘리펀트'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들이 벌인 총기난사를 통해 만들기까지의 원인과 난사 이후의 결과는 보며 그들이 우리에게 남겼던 것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는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끝나버린 총기난사의 진실과 사건을 향한 물음은 소용없습니다. 이미 죽은 자식과 남겨진 부모의 잔인한 생애를 끝내기 위해 그만 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로서 끝내 풀 수 없을지라도 그들은 그러해야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변하지 않지만 자꾸 기억하는 것을 멈췄습니다. 그들이 부모라는 방에서 떠나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자식이라는 고통과 괴로움을 온전하게 받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해방되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에 부모라는 죄책감과 후회를 내려놓고 다시 인간으로서 다시 생애를 시작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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