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귀염둥이 까만 고양이 둥둥이

착하고 애교 많은 둥둥이가 아픕니다.

by 강민현

고양이들의 평균수명은 15년 남짓.. 하나 길 위의 아이들은 집 고양이들의 3분의 1도 안 되는 3~5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마저도 태어나서 1달을 넘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니 어찌 보면 이것만 봐도 길 위의 삶이 고달프고 비참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길 위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돌보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정은 그래도 많이 괜찮아진다고 생각한다.

어린 고양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인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인데 간단한 항생제와 연고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는 병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되어서도 상처를 입거나 골절을 입었을 경우에도 치료를 받지 못하면 먹이를 구하기 힘들게 되고 상처가 덧나거나 굶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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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는 아기 때부터 항상 챙겨주던 아이라 구충약도 먹고 필요할 땐 항생제도 처방받아먹으며 일반적인 길 아이들에 비해 좋은 조건에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둥둥이가 3살쯤 되었을 때 둥둥이도 상처를 입었다. 왼쪽 어깨의 찢어진 상처였는데 어찌 보면 별 대수롭지 않은 상처일 수 있었다. 하지면 며칠을 지켜봐도 자연 치유되지 않고 상처는 커졌으며 곪아가는 게 보여 치료를 위해 구조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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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참 눈치가 빠른 동물이다. 둥둥이도 평소엔 달랑 안아도 화 한번 안 내던 녀석이 어찌 알았는지 케이지에 넣을 수 없을 만큼 반항을 했다. 맛있는 간식도 주고 쓰다듬어주며 달래서 이제 케이지에 들어갈까 싶어 넣으려 하면 발버둥을 치며 도망갔다. 할 수 없이 부산시 TNR을 담당하시며 아픈 아이들 구조를 해주시던 구조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계시던 대장님께서 구조용 장비를 이용해 둥둥이 구조에 도움을 주셨고 둥둥이는 바로 근처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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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의 상처는 확실히 곪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했으나 좀 더 방치했을 땐 다리를 못쓰게 될 수도 있었다는 동물병원 원장님의 소견도 들을 수 있었다.


워낙 순한 아이긴 하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진정제를 주사하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였다. 상처 주변의 털을 면도하여 제거하고 곪은 상처를 잘라내어 환부를 봉합하는 수술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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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 되었고 둥둥이는 회복을 위해 우선 사무실로 옮겨졌다. 사무실에는 이미 먼저 구조되어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이 몇 있었고 낯선 환경이었으나 둥둥이는 빠른 적응을 하며 상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둥둥이는 곧 사무실의 격리 공간을 벗어나 사무실 사람들과 고양이들과도 어울리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숲에서 처럼 골골거리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간식을 달라고 보채기도 하는 등 아마 둥둥이가 위험과 배고픔에서 자유로웠던 유일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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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둥둥이는 구조 당시부터 완치 후 숲으로 돌려보내기로 생각해둔 터라 보름 정도 지나 상처가 완치되자 방사를 위해 다시 숲으로 데리고 갔다.


지금도 이날을 생각하면 둥둥이를 숲으로 돌려보낸 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사무실에서 적응을 잘 하고 있었고 배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사료가 항상 놓여 있었으며 아프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둥둥이는 누구나 이뻐하는 착한 고양이였으니 어쩌면 좋은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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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를 숲으로 돌려보내던 그날도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을 했었다. 숲이 둥둥이의 고향이고 둥둥이가 가장 행복한 장소일 것이라 생각하고 방사를 결정했고 후회는 없지만.. 둥둥이를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후회를 하지 않을까..


둥둥이는 숲으로 돌아간 후에도 숲을 찾을 때면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프고 다쳐서 치료하고 구조했던 아이들 중 둥둥이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숲에선 사람들의 맹목적인 미움을 두려워해야 하고 한 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병들어 죽어가며 먹이 한 줌을 먹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상처를 입고 결국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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