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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숲 - 1 따듯한 엄마의 품

에피소드 - 고양이의 숲 1화

by 강민현
실제 캣맘 활동 중 만난 고양이와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하여 서술한 픽션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인화 및 가상 인물이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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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찝찝한 기분. 분명 조금 전 까지는 따듯하고 포근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생소한 어둠과 퀴퀴한 기분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엄마?'

문득 떠오른 생각. 이유 없이 떠오른 이 생각 하나가 지금 이 두려움을 없애줄 유일한 존재라는걸 깨닮고 간절하게 그 존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냐~냐~냐~"

용기를 내여 목소리를 내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희미하게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울음소리들이 돌림노래처럼 들립니다.

"냐~냐~냐~냐~냐~"

우리 형제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 같이 엄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울음소리에 엄마는 분명 대답할거라 믿으며.

"츄릅"

따듯한 무언가가 내 볼을 스쳐 지나가더니 축축하고 찝찝한 내 몸을 구석구석 핢아주기 시작합니다. 저는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지며 엄마의 품으로 파고듭니다. 전에 느꼈던 포근함만큼은 아니지만 엄마의 품은 그것과 비슷하게 따듯했습니다. 아무 걱정 말라는 듯한 엄마의 고로롱 울림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쫍쫍쫍..."

형제들이 내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엄마품에 파고들어 한참을 잔듯합니다.

"쫍쫍쫍..."

형제들이 계속해서 내는 서투르지만 규칙적인 소리에 문득 배가 고픔을 깨달았습니다.

엄마도 형제들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저는 엄마품을 파고들어 엄마의 젖을 물기 시작했습니다.

"쫍쫍쫍........"

형제들과 한참을 엄마젖을 물고 있다가 잠들고 다시 젖을 물고 있다가 잠들었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것은 그 두 가지뿐이었고. 그렇게 엄마품에 있는 것만으로 따듯하고 포근했습니다.




"냐옹~ 냐옹"

멀리서 낯선 소리들이 들립니다. 아마 엄마와 우리 형제들 말고 다른 고양이들도 주위에 살고 있나 봅니다.

"밥 먹자~~~"

또 낯선 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들리던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스르륵..!" 한참을 엄마젖을 물고 있었는데 엄마가 몸을 일으키고 엄마 품에 안겨있거나 젖을 먹던 우리들은 때구르 바닥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엄마는 미안했는지 잠시 우리를 바라보다가 후다닥 달려갔습니다.

"냐~~아~~~"

밖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방금 들렸었던 낯선 목소리와 엄마의 반갑고 기분 좋은듯한 목소리가 섞여 들립니다.

"아휴~ 우리 나비 새끼 낳았구나? 애구~ 고생했네~ 아줌마가 맛있는 거 많이 줄게~에~"

"냐~~"

낯선 목소리에 엄마는 상기된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낯선 목소리에 신이 난 듯 재촉하는 목소리로 울고 있습니다.

"챱챱챱챱......"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더니. 다들 뭔가를 먹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형제가 있는 조그만 구멍에까지 고소한 냄새가 들어왔습니다.

"아줌마 또 오께에~ 나비도 애기 잘 돌보고~ 지질이도 잘 있고 우깡이도 싸우지 말고~.........."

낯선 목소리는 한참 고양이들과 인사를 하더니 덜덜거리는 바퀴소리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몇몇 고양이들이 배가 덜 찬 건지 아니면 배웅을 해주는 건지 낯선 목소리를 쫒아가며 냥냥 거립니다.

그제야 돌아온 엄마는 우리 형제를 품어주듯 반쯤 누워서는 손을 핥았다 얼굴을 문지르며 열심히 세수를 합니다. 아까 맡았던 고소한 냄새가 엄마에게서 솔솔 풍겨와 갑자기 배가 고파진 나는 얼른 엄마 품에 파고듭니다.

"쫍쫍쫍....." 나와 형제들은 다시 엄마품에서 젖을 물고 열심히 배를 채웁니다.


아줌마의 일기

나비가 아기를 낳았다. 동백꽃이 핀 나무 아래의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를 수북이 모아둔 곳 아래.

길 아이들의 밥을 주고 돌아오는 길.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산책로를 청소하고 나온 낙엽을 쌓아두는 곳에 아기를 낳았으니 숲을 관리하는 분이나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다음날 평소보다 가볍게 짐을 챙겨 홀로 숲으로 향했다.

변함없이 반겨주는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나비도 간식을 챙겨 주었다. 그리곤 나비네 집 가까운 곳에 담요를 깔고 앉아 책을 한 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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