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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현 Sep 06. 2018

"TNR" 공존을 위한 아픔

이미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요즘 TNR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들을 전해 들었다.

어떤 사람은 길고양이 중성화 과정에서 중성화 비용을 높게 책정해 차액을 가로채기도 하고 어떤 동물병원은 저가 항생제(돼지용)를 사용하거나 생체 본드를 이용해 봉합 환부가 터지는 등 TNR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TNR의 경우 2주 항생제를 사용하여 후 처치가 힘든 길고양이들의 수술 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TNR은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맞지 않을까?


몇 년 전 당시 돌보던 아이들의 TNR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때가 있었다. 하루 몇십 킬로의 사료와 간식을 이고 지고 다니며 돌봐야 할 정도로 많은 수의 고양이들에게 몇 마리 중성화 수술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당시 지역 수의사회에 도움을 청하여 어렵게 중성화 수술 행사를 할 수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TNR이란... 항상 생각과 감정이 복잡해진다. 야생동물인 길고양이의 번식능력을 빼았을 권리가 과연 사람에게 있을까? 이렇게 덫을 설치하고 강압적으로 아이들을 잡아들여 동의도 없이 아픈 수술을 강요하는 게 과연 옮은 일 일까?


맛있는 먹이로 속여 아이들을 포획한다.

아이들을 수술하던 당시에도 수술을 위해 잡힌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이 복잡한 마음은 TNR행사를 준비하던 때 보다 막상 잡혀있는 아이들을 보니 더 강했다.


다른 캣맘들의 어긋난 의사표현으로 인해 TNR 행사는 중단되었지만 확실히 길고양이들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들과의 타협점을 만들어 주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번식을 막아 길고양이의 개채수를 줄이는 것 외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발정기가 오지 않음으로 인해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사라지며 악취가 심한 스프레이 소변을 아무 곳에나 하는 버릇이 사라진다. 또한 짝짓기 경쟁을 위해 나타나는 사나운 행동도 줄어든다. 이러한 장점들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간의 마찰을 줄여주고 더 나아가 길고양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조금은 더 행복해질꺼야 라며 위로하고 설득한다.

TNR이 끝난 뒤 우리를 반가워하는 길고양이들을 보며 어쩌면 우리의  미안한 마음을 이 아이들은 조금은 알아준 듯한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힘없고 약한 길고양이들이지만 일부 욕심에 가득 찬 사람들은 이런 길고양이들에게조차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바쁜가 보다.

길고양이 TNR은 사비를 들여 자신이 돌보는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자체를 중심으로 담당부서와 예산을 편성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그 예산이란 것이 돈이니 TNR 사업을 일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저가의 돼지용 항생제를 사용하고 수술 후 처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는 수술을 하지 않고 귀만 컷팅하여 수술을 한 것처럼 돈을 챙기는 사람들까지 있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런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해서 얼마나 살림이 나아졌냐고. 사람들이 찾고 신뢰하는 동물병원들은 대부분 진심으로 동물을 대하고 아픔이 낫길 바라는 맘으로 치료하고 치료 후에도 혹시나 다시 아프지 않을까 걱정한다. 동물을 사랑하니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믿고 찾는 것이다.

몇만 원 몇천 원 더 벌겠다고 동물들의 목숨을 함부로 할 권리는 그 사람들에게 과연 있는 것일까?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만으로도 돌보는 아이들에게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이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로 인해 길 아이들에게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미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제발..적어도 양심만이라도 가지고 살자... (MBC 유튜브 캡쳐)

동물로 돈을 벌지 마란 이야기가 아니다. 억지로 사랑해달란 이야기도 아니다. 최소한 법을 지키며 양심을 지키며 동물로 욕심을 채우지 말아달란 이야기다. 누군가는 다친 아이들을 구조하고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을 써가며 치료하고 돌보고 있는데 몇 천 원 몇만 원에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다.


공존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의 편의로 인해 중성화 수술을 한다면 적어도 길 아이들에게 아픔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작은 배려가 공존으로 가는 시작일 것이다.











길고양이 다큐 "고양이의 숲" TNR 관련 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월/목 총 10화 분할 업로드됩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PFZI0k4LduuTV38T8V3wDdQjPYNKOF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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