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던 길에 찰옥수수 판매 차량을 발견했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거였다. 근처 ATM 기기로 가서 만원 한 장을 인출했다. 급여계좌 카드라 타행 인출 수수료도 없었다.
세 개 오천원인 옥수수를 손에 넣었다.
검보라색 동그라미가 알알이 박힌 모양새가 만족스러웠다. 안 먹어봐도 맛있을 생김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방 온도가 꽤 선선했다.
아침부터 틀어놨었던 에어컨의 냉기가 남아있어서 그랬다.
주춤하던 손가락이 냉큼 에어컨을 틀었다.
더워질 것을 대비해서 그랬다. 치열하게 바빴던 주중의 보상으로 주말만은 한 톨도 덥고 싶지 않았다.
잠시 그러고 있자니 오슬오슬 추워졌다.
에어컨을 끄는 대신 손에 쥔 옥수수를 그대로 들고 침대 위로 드러누워서 이불을 끌어당겼다.
입안에서는 고소하게 옥수수 알갱이가 터지고, 밖으로는 에어컨의 냉기, 안으로는 이불의 포근함이 호사스럽게 느껴졌다. 천국이 멀리 있지 않았다.
곧 죄책감 같은 감정이 슬금 밀려들었다.
낭비인 걸 안다.
그러면서도 '내가 돈 벌어서 이것도 못해?' 하는 이상한 꼬라지가 나왔다.
나름 한전에 지분도 있었다. 옥수수 알갱이만큼.
그마저도 파란불만 쳐다보고 있지만.
어쨌든 그러고 누워서 다 먹은 옥수수 뼈다귀를 대충 휴지 위에 올려놓고, 이 기분을 얼른 쓰고 싶어서 브런치를 켰다.
아직 13시다.
아싸.
저녁은 마켓 컬리로 주문했던 훈제오리를 볶아서 먹을 계획이다.
당장 고픈 배는 라면을 끓여먹을 거다. 계란은 당연히 두 개 넣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