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 강릉

스스로 고립되는 마음

by 수빈노

7월 강릉: 스스로 고립되는 마음



엄마를 지키는 시간 동안 익숙해진, 외부로 향한 삶의 초점을 다시 나로 되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전에는 알지 못했다. 기약 없이 유예되던 탐구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앞에 두고 이리 저리로 굴려보며 살폈다. 사소하고 중요한 많은 것이 잊혀졌다는 게 보였다. 기억되거나 다시 쓰거나 했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는 소름 끼치는 행위에 진절머리가 나도록 스스로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나는 자꾸 혼자가 되었다. 그러다 더 더 혼자가 되고 싶은 기분이 되면 떠났다. 이제 나는 마음껏 가볍게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쥐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초딩 때 엄마가 사주었던 바퀴 달린 백팩을 꺼냈다. 그땐 영 마음에 안 들어했는데 이렇게 요긴한 날도 온다. 언제 취하고 싶어질지 모르니 차는 두고 뚜벅뚜벅 가기로 한다. 버스로 몇 시간, 또 택시로 몇 분이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체크인하며 받은 꽃을 테이블에 놓고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로 의자를 이동했다. 방에 앉아 종일 바다를 보다가 좀더 가까이 바다를 보러 나가서 파도를 끼고 마냥 산책을 하다가 바다 앞에 앉았다가 걷다가 섰다가 돌아와서 또 바다를 보는 하루를 보낸다. 서울에서도 똑같이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인데 어쩜 이웃하는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각이 된다. 해가 지는 보라색 하늘을 보면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생각한다. 사는 게 뭐라고. 이런 인생 저런 인생. 가지각색 삶의 모양은 만들기 나름이다. 이런 풍경이 매일이 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사진을 보다가 책을 읽다가 편지를 쓰다가 작업을 하다가 이리저리 꼼지락대면서 시간이 간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몇 시간이 훌쩍 훌쩍이다. 샤워부스가 고장 나 사람을 불러들였다. 혼자 있는 방이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다. 사는 게 뭐라고...


이제 해가 떴으려나?

시간을 잊고 한참을 끼적이다 문득 커튼을 젖혔는데. 마침 이런 하늘.

마음이 벅찼다. 꼭 엄마가 준 선물 같았다.

'지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