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 동해-고성 / 대천-보령

척박한 마음의 계절

by 수빈노

동해부터 고성까지: 이 메마른 마음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동해바다 탐험. 저 아래 삼척부터 고성까지 바다를 훑기로 했다. 언젠가 바다에서 사부작 사부작대며 살고 싶은 꿈이 여전히 남아있다. 마음에 드는 오래된 슈퍼마켓 자리를 점찍고 부동산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마을을 파고들어 주민들을 살피고 질문을 던진다. 모르는 곳과 아는 곳들을 헤매고 다니며 이렇게나 변화무쌍한 바다의 마음을 생각했다. 빛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는 바다. 바로 몇 미터 옆에서도 다른 얼굴일 수 있는 바다. 그림처럼 웅장한 먹구름 사이 우연히 쌍무지개도 만났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타탄 목도리에 초록색 바지를 입고서 멋지다는 곳들을 살피러 가 다니는데 그다지 신나지가 않았다. 출장과 여행 사이. 한창 척박한 마음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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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 송년과 첫 번째 눈


오랜만에 온 서해 바다에서 첫눈을 만났다. 찔끔찔끔 뿌리는 작은 눈에 ‘그래, 첫눈은 아쉬워야 맛이지’ 했는데 점점 커져 함박눈이 되었다. 너무 예쁘고 기뻐 벅차올랐다. 매년 손 모아 맘 모아 첫눈을 기다리는데 막상 기억에 남아있는 첫눈은 몇 번 없다. 이번에는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 추운 마음에 꽃처럼 피어난 따뜻한 장면들. 오랜 친구들과 몇 년만의 송년 여행. 날아다니는 웃음, 마니또와 인형, 하나도 맞지 못한 로또 더미, 술냄새 잔뜩 배어 있는 사진들. 언제나 말로 다할 수 없이 푸근한 마음.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





고맙습니다 해피 뉴 이어 2022!


연말 시즌 참 좋아하는데 이번엔 감흥도 감동도 너무나 없어서 그렇게 건조하게 보내고 유난 없이 새해까지 맞았다. 나를 지키는 마음과 내 마음이 주변에 전이되지 않도록 애쓰는 마음 사이를 오가며 2021이 갔다. 여전히 아무렇게 아무렇지 않다. 새해엔 좀 더 평온하고 충만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꼭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지내온 네 인생이니 너무 조급해 말아.
무엇보다 자신의 안녕이 우선이 되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
널 기운 나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사람이 음악이 장소가 뭘까 생각해서 그걸 늘 가까이 두고 지내보자
22년은 누구보다 알차게 행복했으면 좋겠어
언니가 앞 뒤 옆으로 지키고 서있을 테니까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하루에 한 번씩 기도문처럼 읽는 올해 노라 성탄카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