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07 용인

그리울 때 찾을 수 있는 곳. 어쩌면 오로지 남은 이들을 위한

by 수빈노

5월 7일: 용인


믿을 수 없게도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어젯밤 꿈 마냥 선명하고 또 아득한 그날들의 기억에 이렇게 우리의 사월은 꽤나 잔인했고, 정체 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내내 제정신으로 지낼 수 없었네.


일 년.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나를 보살피는 마음들을 모아 모아 감사히 새기며 덕분에 살아내는 날들이었다.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 마음들 사이 또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고 그런 방법을 찾아내면서 은은한 하루를 지나쳐간다.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봄은 조금 더 괜찮겠지, 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요즘 자주 하는 다짐은 여전하게도 ‘바르게 잘 살기’. 그리고 그 앞에는 ‘건강하게’라는 말이 추가되었다.


바르게 잘 살게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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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커졌을 때에는 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달력의 숫자가 바람에 날려가듯이 겨울도 봄도 여름도 지나가고, 다시 가을이 돌아왔다.

마음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비유를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 마음속에도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것은 그리 크지 않은 나 혼자 쑥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들여다보면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깊이도 알 수 없다. 한동안은 그 구멍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슬펐다. 그것은 추억의 구멍이었다. 구멍 주위에 침입방지 철책이 있어서 안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간 서 있다가 침입 방지책을 넘어서 구멍 속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런 일도 있었지, 저런 일도 있었지. 한 칸 한 칸 내려가면서 그리워하고, 후회한다. 그리움과 후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깊이 내려가면 한동안 구멍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때의 아버지는 역시 용서할 수 없어!” 화도 낸다. 화난 얼굴조차 그리워질 때가 올까?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부아가 치미니, 그것만은 그리워하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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