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층 성장하게 도와준 시카고
시카고는 나의 혼자 여행에 첫 여행지이다.
두려움과 설렘등 다양한 감정을 가진 상태로 토론토에서 출발했다. 잘할 수 있을까. 심심하지는 않을까 등 많은 걱정은 당연했다. 그렇다고 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안 되지.
토론토에서 같이 교환학생을 1학기 동안 같이 한 언니와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이제 믿을 사람은 나 혼자이구나. 공항에 가서 짐 검사를 맡고 안전히 Gate로 왔을 때에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Overthinking 하는 나에겐 이 처럼 많은 변수가 있는 상황은 사실 좀 힘들었다.
내가 저지른 일 이왕이면 잘해보자. 혼자 다짐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항상 그렇듯이 나는 가운데 좌석이다. 저렴한 티켓이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하하. 비행기가 착륙했다. 본격적으로 혼자 여행이 시작이다. 시카고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향해 가는 길. 겉으로는 엄청 경험치가 많은 홀로 여행자인척 했지만 속으로는 제발 나에게 관심을 주지 마라라는 생각뿐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비가 왔다. 토론토에서 새로 산 쨍한 보라색 우산을 펴고 캐리어까지는 신경 쓰지 못해 그냥 머리만 젖지 말자라는 마인드로 빨리 숙소로 향했다. 역시 호스텔. 이번에는 8인실을 예약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역시 방문을 여는 순간은 정말 떨리면서 설렌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쓸까. 여기는 특이하게 각자 침대에 나의 이름을 붙여놓아야 했다. 여기서 익숙한 한국 스타일 이름이 있었다. (참고로 미국 호스텔은 대부분 한국인끼리 같은 방을 준다.) 한국인은 정말 어디에나 있구나를 느끼면서 짐 정리를 하였다.
내가 굳이 밴쿠버를 가기 전에 시카고를 들린 이유. 시카고 피자를 먹기 위해서이다. 비는 나를 막을 수 없다. 열심히 줄리아나스 피자를 향해 갔다. 가는 길에 시카고의 유명한 설치물 Bean을 보았다.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찍어 주겠다고 하셔서 쉽게 인증 숏을 남길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혼자 여행의 묘미인가! 시작이 좋다.
오후 5시쯤 줄리아나스 피자에 도착했다. 혼자 왔다고 하니 웨이팅 없이 바로 Bar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 미리 알아보고 온 1인 피자를 시켰다. 야무지게 소시지까지 추가해 보았다. 4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이 정도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쉽지 않다.
굶주린 배가 내 피자가 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내가 뒤를 도니 누가 봐도 내 피자가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작은 크기에 실망했지만 엄청난 치즈양에 벌써 느끼한 맛이 느껴졌다. 와압하고 한입 크게 먹어보았다. 오, 이게 시카고 피자의 맛이구나. 치즈양과 비례하지 않는 느끼함.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소시지는 약간 향신료 맛이 났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오히려 토마토소스와 어울리는 맛이었다. 야무지게 먹고 이제 시카고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나왔다.
비록 비가 꽤 왔고 어두웠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있어 안전한 것 같았다. 시카고에 온 두 번째 이유 시카고 극장간판. 비가 오니 오히려 운치가 있어 보였다. 비가 점점 세게 와 사진을 남기기 너무 쉽지 않았다. 당당히 어떤 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왔다. 소소한 행복함을 느꼈다.
나의 첫 홀로 여행의 저녁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게 도와줄 메그놀리아 레드벨벳 푸딩을 먹으러 갔다. 내가 이 시즌메뉴를 딱 먹을 수 있다니 한층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포장을 해서 숙소에 안전히 복귀했다. 딱 도착하니 엄마와 통화가 가능했다. 조잘조잘 안전히 잘 도착했다는 소식과 드디어 시카고 피자를 먹어봤다는 자랑도 하였다. 이렇게 첫째 날도 별일 없이 잘 마무리했다.
둘째 날이자 시카고에서의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약간 흐릿했지만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녀보자 결심을 해본다. 비 와서 제대로 못 본 Bean과 유명하다는 분수대를 보며 시카고의 분위기를 느껴본다. 아침 일찍 나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다.
어느 주에 가든지 스타벅스 리저브가 있다면 가보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커피도 마시지 않지만 이제까지 갔다 온 스타벅스 리저브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숙소에서 약간 거리가 있어 가지 말까 했지만 안 가면 후회할 것이기에 일단 가본다. 가는 길에 노숙자분들이 참 많았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나는 전혀 무섭지 않고 신경 쓰지 않은 척하면서 뻔뻔히 걸어갔다.
역시 별건 없다. 그냥 크고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인증숏을 안 남기면 아쉬우니 소소하게 셀카로 남겨본다. 이제 좀 배가 고프기 사작했다. 시카고에서 먹어야 한다는 통피클 핫도그집을 향해 걸어가 본다. 여행을 하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물이다. 마트마다 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맛도 정말 다르다.
나는 이곳저곳을 들어가 보며 가격비교를 열심히 해본 뒤 결국 핫도그 가게 앞에 있는 CVS에서 사기로 한다. 사실 이런 귀찮음 없이 그냥 핫도그 구매할 때 같이 시켜도 되는데 이건 나에게 용납되지 않는다. 마치 은행 수수료가 세상 아까운 것처럼. 멀리서도 핫도그 집이 눈에 띈다. 정말 크다. 한건물이 그냥 핫도그집이다.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엄청 밝은 주인 할아버지가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었다. 실내는 규모가 더 크다. 아침부터 핫도그를 드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나도 핫도그를 하나 주문해 본다. 핫도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사람들과 건물을 구경해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번호를 불러준다. 야무지게 받아서 창가 쪽 자리를 잡아본다. 아침 10시 반 시카고 핫도그집에서 내가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 뭔가 작년의 나로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한번 더 인식해 본다.
오... 정말 통피클 핫도그처럼 생겼다. 엄청난 피클의 존재가 나를 압도한다. 조심스레 한입을 먹어본다. 흠... 피클 맛 밖에 안 난다. 피클을 빼고 다시 먹어보았다. 이제 진정한 핫도그 맛이 느껴진다. 빵이 정말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소시지도 짜지 않고 적당히 감칠맛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통피클은 옆에 빼두고 느끼할 때쯤 한입씩 베어 먹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먹으면서도 이거 내일 떠나기 전에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히 먹고 이제 시카고에서 유명하다는 3개의 도넛집을 다 가보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비가 안 오고 날씨가 좀 맑아졌다. 옆에 엄청 큰 맥도날드가 있었다. 이렇게 큰 맥도날드는 처음 봐서 검색을 해보았다. 원래도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블로그에서 많이 언급이 되어있었다. 미국은 뭐든지 크구나. 가장 가까운 도넛집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 본다.
여기는 피스타치오 올드패션드 도넛이 유명하다고 한다. 미국 시골에 있으면서 디저트에 한이 매쳐 어디를 여행 가든 정말 열심히 디저트를 먹어 주었다. 그나저나 이 가게는 생각보다도 더 작았다. 구멍가게 느낌일 정도로. 들어가기 전에도 저 도넛이 눈에 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주문을 하려 했으나 화려한 도넛에 시선이 뺏겼다. 하지만 나는 가장 유명한 것을 먹을 것이다.
먹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길빵을 때린다. (*길에서 빵을 먹는다는 뜻.) 오, 혈당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달다. 하지만 미국의 그 끔찍한 단 맛은 아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제 어디를 가볼까 고민을 해본다. 일단, 많이 먹었으니 돌아다녀보자. 시카고는 정말 멋진 건축물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굳이 투어를 신청해 가면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내 발길이 닿는 대로 그냥 무작정 걸어본다. Trump 타워, 유명하다는 원기둥 모양 주차장 건물. 하나씩 구경해 본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또 배가 고파진다. 두 번째 도넛집을 향해 가본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평범한 기본 도넛을 주문해 본다. 흠... 생각보다 별로다. 역시 도넛은 달아야 맛있다. 또 이제 어디를 가지... 아, 끝에 월미도 같은 곳이 있다고 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거기로 무작정 가본다. 생각보다 멀었지만 그래도 가본다. 도착했는데 안개가 엄청나서 경치는 무슨 당장 앞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휴... 힘든데 괜히 왔다.
이제 그만 돌아다니고 저녁사서 숙소나 가자. 다 보았다. 아! 기념품을 안 샀구나. 나는 어디를 가든 기념품을 소소하게라도 하나를 꼭 산다. 이 시카고에는 이상하게 이쁜 기념품이 하나도 없었다. 자석을 소소하게 하나 구매해 본다. 근데 가격은 소소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귀찮다. 그냥 칙필레에서 세트 하나 사서 숙소로 향한다.
꽤나 많이 걸었는지 다리가 퉁퉁 부어있는 게 느껴진다. 빨리 밥을 먹고 씻고 침대에 누워본다. 같은 방 한국인 언니에게서 연락이 온다. 같이 저녁 먹을래? 아, 좀 만 있다가 먹을걸... 이미 너무 배불러서 누워있는데. 아쉽지만 언젠가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난 이제 시카고를 떠날 준비를 해본다. 겨울에 여행을 했기에 집을 최소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짐이 정말 많다.
기내용 캐리어에 억지로 이것저것을 다시 넣어본다. 이렇게 시카고는 안녕. 첫 혼자 여행지였지만 별일 없이 맛있는 것을 먹고 간다. 다음에는 봄에 또 오기를 희망하며 다음날 체크 아웃을 했다.
내가 미국에서 되게 좋았던 감정이었던 도시 시카고. 왜일까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아마 혼자 여행의 첫 여행지라는 큰 의미가 있어서인 것 같다. 시카고 피자 외에 특별히 유명한 것은 없지만 그저 소소하게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가득했던 시카고. 안 왔으면 아쉬울 뻔했다. 비록 다른 곳과 같이 오기엔 좀 힘든 위치에 있지만 단독으로 올 만큼 중요한 도시는 아닌 것 같다는 개인적 의견을 남겨 본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으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