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혼자 미국 여행기 3탄 - 시애틀

버스로 미국 국경을 넘고 짧고 굵은 시애틀 여행

by Sue

시애틀은 내가 계획한 12월 2주 여행의 마지막 장소였다.


참고로 나는 2주간 몬트리올 - 퀘벡 - 토론토 - 시카고 - 밴쿠버 - 시애틀 이렇게 여행을 했다. 12월에 하필 추운 지역을 여행 가냐.라는 우려가 엄청 많았다. 나는 그 우려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고 싶었다. 운이 좋았는지 딱 내가 여행 간 주에는 정말 춥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훨씬 추울 정도로


나는 밴쿠버에서 시애틀을 버스로 갔다. 국경을 버스로 넘는 경험을 하다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훨씬 앞섰다. 이에 대한 많은 정보도 없고 의지할 사람이 전혀 없기에 더욱 불안해하고 있었다. 밴쿠버 숙소에서 체크 아웃 후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이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뭔가.. 힘겨운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났다.


버스 터미널에서 아무도 내가 어디 가야 하는지 어디 행 팻말 이런 것이 적혀 있지 않아서 굉장히 불안해했다. 역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왕좌왕하고 있더니 인도인 대학생분이 말을 걸어주셨다. 알고 보니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버스 기사님이 Heading to Seattle!이라고 외치셨다.

국경을 넘는 순간

이제 국경을 넘는구나. 심사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J-1 비자를 가지고 있었기에 사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긴 했지만 역시 처음 경험하는 것은 뭐든 떨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원래 이렇게 기억이 미화가 되는 법인가 보다. 버스에서 모든 짐을 다 내리고 여유로운 척하며 줄을 서서 기다려 본다.


걱정과 달리 별로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서류만 제출하고 간단한 질문하고 통과. 별일 없이 통과했지만 엄청 긴장을 한 상태라 식은땀이 났다. 짐 검사... 하지 않았다. 이렇게 허술할 수가. 내가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했나 보다. 약간 허무했다. 이제 시애틀 도착할 일 밖에 안 남았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를 다시 탔다. 배에서 아주 크게 음식을 넣어달라고 외친다. 긴장이 풀리니 이제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밴쿠버에서 이것저것 싸 온 것을 버스에서 급하게 먹었다. 멍 때리면서 아.. 내가 일단 하나의 관문을 해냈다. 엄마한테 자랑스럽게 해냈다고 말했다. 우리 엄마도 꽤나 걱정을 했었나 보다. 바로 칼답이 온다. 오전에 출발했지만 차가 막혀 도착해 보니 이미 해가 졌다. 미국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녁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리자마자 고민하지 말고 나의 안전을 위해 우버를 불렀다. 나는 우버를 탈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역시 돈을 쓰면 편하구나. 돈으로 행복을 사자.


호스텔마다 참 다양한 문화와 특징이 있다. 이번 호스텔은 활동이 많았다. 원래에도 보통 요일 별로 많은 활동들이 있는데 여기는 정말 다양했던 것 같다. 내가 체크인한 날에는 아이스크림 파티가 있었다. 두근두근 배정된 내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오... 아무도 안 계셨다. 한 분의 짐이 있는 걸 보니 일단 6인실이었지만 한 명만 들어왔군.


짐을 풀고 나 진짜 배고프다 말리지 마라! 이런 기세로 H mart를 향해 갔다. 한식이 필요해! 갔더니 정말 한국에 온 줄 알았다. 정말 다양한 도시락들이 준비되어있었다. 오늘은 제육. 시애틀 숙소에서 먹는 제육이라... 낭만적이다. 역시 가격은 두 배. 근데 양도 두 배니까 용서해 준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다시 숙소에 돌아왔다. 나의 계획과는 달리 버스가 늦게 도착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들었다.

호스텔에서 준 아이스크림

나의 친구 유튜브와 함께 야무진 저녁을 먹었다. 하, 이제 살 것 같네! 이제 조잘조잘 타임이다. 부모님께 전화 걸어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했다. 내일의 힘든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취침모드로 들어갔다.


자는 도중 새벽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옆의 침대 짐의 주인이었다. 되게 늦게까지 놀고 오시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7시였다. 새벽이 아니라 아침이었구나. 이틀 내내 밤에는 안 계시고 낮에 주무시는 것을 보고 저녁에 알바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낮에 조용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불편해졌다. 나름 조용히 나갈 준비를 하고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갔다.


호스텔에서 조식을 제공해 주는데 어제 아이스크림이랑 제육을 과식했는지 별로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 마켓 플레이스는 새벽 5시부터 아주 북적북적하다. 아침 8시쯤 갔더니 유명하다는 빵집이나 음식점에는 아직 관광객이 오지 않았나 보다. 뭔가 아침 공기와 이 어색한 북적거림이 좋았다.


마켓플레이스는 커 보이지만 생각보다 볼 게 많지 않았다. 스타벅스 1호점에는 그 시간에도 줄이 있었다. 다들 참 부지런하다.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구경하다가 좀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클램차우더를 먹기 위해 줄을 서본다. 11시인가 오픈이었던 것 같은데 이미 줄이 있었다. 앞 뒤로 한국말이 들린다. 한국인들은 정말 어디에나 있구나. 좀 기다리니 메뉴 판을 나눠준다. 사실 나는 이미 메뉴를 정해왔다. 클램차우더.

꾸덕한 클램차우더

무슨 사이즈를 주문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큰 사이즈를 먹자! M사이즈를 주문해 Bar 자리에 앉았다. 갓 만들어 준 게 느껴진다. 연기가 엄청난다. 한 숟가락 듬뿍 떠보니 건대기가 정말 가득하다. 같이 준 크루통과 샤워 도우를 넣기 전 베이식하게 먹어보았다. 깊다. 정말 꾸덕하고 맛있다. 누가 봐도 배고팠던 사람처럼 그 큰 통을 다 비웠다. 크림베이스다 보니 끝에는 약간 느끼했다. 근데 이런 맛으로 클램 차우더 먹는 거지!


다음으로는 아마존 본사를 갔다. 걸어서는 30분 정도. 길거리에는 역시 노숙자들이 많다. 약간은 긴장하면서 걸어갔다. 시애틀은 정말 다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시장 쪽에는 항구도시의 느낌이 아마존 본사 쪽에는 도시느낌 또 다른 곳에는 그냥 평범한 마을. 이런 매력을 가져서 사람들이 다들 여행 오는 것 같다.


아마존 본사에서는 무료로 바나나를 하나씩 나눠준다. 약간 엉덩이 모양 같은 신기한 건물 모양이었다. 이제 교환학생이 끝나면 4학년으로 취업을 준비할 내가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또 내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걱정이 바로 답은 없는데 계속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아 난 여행 왔어. 걱정은 나중에!


정확히 기억나는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11월부터 계획해 왔던 이 겨울 여행의 마지막 날. 내가 좋아하는 깔라마리 튀김을 포장해 왔다. 시애틀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화에 나왔던 레스토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랑 음료도 사서 여유롭게 먹어야겠다는 계획을 하였다. 혼자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본다.

하. 오늘도 고생했다. 시원하게 음료수를 마셔본다. 연기가 나는 깔라마리 튀김 크게 한입을 먹어본다. 너무 맛있다. 역시.. 익숙한 맛이 최고인 건가. 약간 떡볶이가 먹고 싶어 지긴 했다. 별일이 다 있었던 2주간의 여행이 주마등으로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혼자 멍 때리면서 감성적인 척해본다. 감성에 젖어들기 실패. 그냥 유튜브를 틀었다. 역시 재밌는 거 보면서 먹는 게 최고야

많고 많은 짐들을 다시 정리해 본다. 나는 배낭과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갔다. 맨 처음에 겨울 여행을 당당히 하고 오겠다고 한 것 치고는 방한 용품이 절반 이상이었다. 나는 배낭에 전기 매트를 가져갔다. 정말 무거웠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2주간 여행을 하며 소소한 기념품들을 많이 샀더니 짐이 두 배가 되었다. 어떻게든 꼼수를 써서 추가 비용 없이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며 잠에 들었다.


이제 Utah 컴백의 날. 5시 비행기였기에 오후에 여유롭게 공항으로 향해본다.



2주간 정말 긴장하고 다녔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목에서 피맛이 느껴지고 갑자기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기숙사에 오니 방학이라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내가 온갖 바이러스를 다 가지고 왔는데 누가 있었으면 미안할 뻔했다. 나는 정확히 12월 24일에 다시 돌아왔다. 1월 초까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독한 감기에 걸렸다. 이렇게 혼자 있는데 감기에 걸리다니... 서러웠다.


해외에서 혼자여행이라니 값진 경험이었다. 그나저나 시애틀은 또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도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밴쿠버랑 같이 묶어서 가기를 추천한다. 아마존 본사에서 받은 바나나 사진으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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