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연인에게

04

by c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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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뒤돌아가는 나의 발을 잡았다. 땡볕 아래 어지럼증이 늘 있었던 일인 마냥 염증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나의 환부는 상처인 너를 잊지 못해 매서운 겨울을 붙잡는다. 바늘 같은 얼음이 자비 없이 내 발등에 내리 꽂힌다. 네게 기회를 주고 너의 계절을 껴안은 것. 너의 이름으로 충분히 흔들린 것. 모두 긍정한다. 바람을 닮은 푸른 냄새 같은 것이 내 목 언저리에 내려앉았다. 바람의 소리가 사무치다 소멸했다. 너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을 부정한다.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의외로 얇고 보드라워서 마치 너를 껴안는 것만 같다.


너를 안으면,


너를 안을수록 나를 잃는다. 너의 불안과 암흑을 껴안을수록 나를 잃는다. 마음은 꺾이고 나는 너를 떠올리려 기억을 오독 인다. 그럴 수도 있지. 분명 그럴 것이다. 언제라도 너에게 무심하려 했는데 실패했다. 바라지만 욕심은 없다. 잡는 것도 할 수 없다. 너와 나의 연결은 고작 그 정도이다. 고작 그 정도일 뿐인데 너는 아직도 나의 밤에 차곡히 자리를 잡는다. 불안은 소진되지 않고 여기에 머물러 있다.


만지면 부서질까 건들면 재가 될까 마음을 조리며 이 글을 썼다. 너를 생각하며 글을 썼다. 마음을 잃고 헤매어 네가 나를 바닥에 즐비한 무언가의 취급을 해도 괜찮다. 나는 결국 네게 침식당할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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