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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창틀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빗방울을 보며 나는 그의 말을 떠올렸다. 그 곳엔 아무도 없었고, 우리 둘 뿐이었다. 하여 그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우리 둘 뿐이다. 뇌우가, 도취된 우리를 가르려 멀리 하늘에서부터 온다. 함께한 시간보다 깊은 믿음이 있고,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라 쓸쓸하고 조용한 속삭임 위로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아침이 온다.
그는 지금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걷고 있지만, 곧 이 밀숲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좋건 나쁘건 이상하건 복잡하건 해묵은 다갈색의 무성한 나뭇가지는 결국 금색의 수풀잎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고독한 밤이 불타는 시간이다.
망각에 내맡겨진 시간은 여태껏 그토록 참았기에, 유해한 괴로움은 고통을 찬양하며 혈맥을 타고 흐른다. 도시의 불빛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이라 침묵한다. 나는 이해한다. 이것은 우리에 대한 직관이다. 너와 내가 맞잡고 있는 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녀의 조롱 섞인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힘이란
결국 사랑이다. 애꿎은 광기에 놀아나지 않는 사랑.